바이든 “민주주의 공격” 강력 규탄… 印-泰-필리핀은 “국내문제” 선그어 亞국가 규합 쉽지 않다는것 확인… 군부 제재 복원땐 中과 결탁 우려 대응방향 못정해… “당국자들 당황” 미얀마 군부, 장차관 24명 직위박탈
일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이 1일 도쿄 시내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구금된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도쿄=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 검토를 언급하면서 쿠데타 세력에 대한 조치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제재를 단행할 경우 이에 반발하는 미얀마 군부와 중국 간 결탁을 강화시켜 중국의 입김만 더 세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얀마 내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대중(對中)연대 구축에도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한 배경에는 미얀마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이 내놓은 세 차례 성명에 ‘쿠데타’라는 표현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미국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군부에 의한 권력 장악’(military’s seizure of power)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는 순간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미 해외원조법은 정당하게 선출된 국가수반이 군부에 의해 강제로 물러났을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원조를 제한하도록 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국무부는 미얀마 군부의 정권 탈취를 쿠데타로 명명하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내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폴리티코에 “당국자들이 당황했다. 타이밍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국내외적으로 이 사안을 조율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혼선이 있다”고 전했다. 한 인사는 내부 분위기를 “혼돈(chaos)”이라고 표현했다.
미얀마 군부는 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쿠데타 후속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저녁 국영TV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위를 박탈하고 국방, 외교, 재무, 내무 등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수지 고문이 관저에 구금돼 있으며 건강한 상태이고 관저에서 자주 산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고 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다. 전날 군부가 구금했던 NLD 소속 의원들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 이후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등이 벌어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