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목전 표 계산에 숙고 없는 정책 남발 막대한 재정지출 실질적 효과 우선돼야 지원금보다 절실한 코로나 위기 극복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 시기에 따른 경제주기(political business cycle) 이론은 정치가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상호 유기적 관계로 설명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돈의 씀씀이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유권자들은 국가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오해한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정부와 집권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무리하게 재정 확대를 꾀했다면 선거 이후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긴축재정을 실시하게 되고 경기가 위축된다. 그로 인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중간선거에서 여당 의원들이 의석을 잃는 결과가 나타난다. 미국 선거의 이론이지만 한국의 재·보궐선거에서 왜 야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은지를 설명하는 데도 유용한 논리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했고 이후 2차와 올해 3차 지원금은 소상공인과 고용취약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했다. 이번처럼 장기간 국가 위기를 겪는 것도 처음이지만 국가가 모든 국민의 지갑에 직접 돈을 넣어주는 대응 방식도 최초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해야 하고 현금을 지급받은 개인들의 경제 고통이 얼마나 감소되었는지 정책 효과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원금 지급 시기가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유권자들에게 실제 보조금 지급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지급하기로 결정한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을 지적한 것이다. 만일 정치인들이 재난지원금과 선거 결과의 인과성을 믿는다면 앞으로 지원금의 시기와 대상을 결정할 때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려 도모할 것이다.
여당의 잠재적 대선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설익은 코로나 극복 지원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문제점들이 조목조목 지적되자 소위 ‘자발적 이익공유제’로 순화되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시한 손실보상제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손실보상제는 소급 적용은 없다는 내용을 추가로 담게 되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충분한 숙고 없이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안들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이 걱정이다.
여당 지도자들이 성급히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가 저항에 부닥치고 그 지원 정책들이 조속히 입법화되기 어려워지자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약속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4차 재난지원금 방안을 논의하는 현재 시점이 자연스럽지 않다. 아직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4차 지원금 대상에서 안정적 봉급생활자들을 제외할 것이라 알려졌지만 여전히 2차나 3차 지원금 지급 대상보다는 훨씬 많은 유권자가 포함된 보편적인 지원 방식이다. 재난 지원 방안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지원금 지급을 빌미로 정치적 지지를 극대화하려는 정치 의도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계산에서 다수에게 지원을 강조하면 국가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의도를 뭉뚱그려 어정쩡한 지원 정책이 결정된다면 유권자들에게 돈을 쥐여주어도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용돈 수준의 지원금이 아니라 이 나라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조속히 벗어나는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