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으로 고드름이 언 전시실에서 당근을 먹고 있는 원숭이.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대구의 한 동물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등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A 동물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운영난으로 지난해 11월 휴장했다. 동물 대부분은 인근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낙타와 원숭이 등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 일부는 여전히 A 동물원에 남아있었다.
비구협은 A 동물원이 남은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주민 B 씨는 블로그를 통해 “동물들의 밥그릇을 보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현장은 정말 처참했다”며 “배설물이 바닥처럼 다져진 상태였다. 냄새도 지독했다”고 적었다. 이어 “목이 많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줬더니 머리를 박아 가면서까지 잘 먹더라”고 덧붙였다.
B 씨는 원숭이가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추운 전시실에 갇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전시실의 천장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원숭이 한 마리는 이곳에서 겨울 칼바람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견뎠다.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다른 동물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라쿤, 낙타, 거위 등은 물도 사료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주민 몇몇이 이 동물들을 모두 돌보는 것은 무리였다.
동물원으로 등록된 시설은 휴장여부와 관계없이 관할 시청과 환경청 등에서 관리 소홀 여부를 점검한다.
대구시는 문제가 된 동물원의 현장 점검 등에서 학대 행위를 확인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학대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대구시 측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제 A 동물원을 방문했으며 비구협이 제기한 학대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물원 측도 학대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오늘 중 전문가와 함께 다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