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3일 경북 경주시 전통시장 어물전 골목에서 상인이 제수용 문어를 손질하고 있다. (독자제공)2021.2.3/뉴스1 © News1
“설 앞두고 장사 잘 되냐고요? 억수로 안 돼요.”
설 연휴를 1주일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주인 김준수씨(가명)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평소 과일을 먹는 손님조차 크게 줄었다는 김씨는 “정부에서 재래시장 살리겠다고 대책 세워도 딱히 나아지는 게 없다”며 “요즘 사람들은 웬만한 건 온라인으로 시키지 않냐”고 탄식했다. 그는 “봄가을에 작황이 안 좋았고, 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일이나 야채값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과 등 제수용품을 파는 유해란씨도 “작년 매출의 20% 수준”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시장 나오는 사람도 적고,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씨도 “차례를 아예 안 지낼 수는 없으니 개별적으로 먹기 위해 사가는 사람은 있지 않을까”라고 푸념했다. 굴비 등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진수씨(가명)도 “올해는 많이 못 팔았다”며 “매출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답답해했다.
‘명절 특수’가 사라진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통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 그리고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된 시민들의 삶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양평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박모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며 “평소 명절에 며느리, 딸과 전, 동그랑땡, 산적 등 가족 먹을 걸 푸짐하게 마련했지만 올해는 남편과 둘이 보내기 위해 음식을 많이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윤모씨도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친정과 시댁 다 안 내려갈 예정”이라며 “고모댁에서 나물, 전, 강정을 보내주신다고 해 모자란 것만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사려한다”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임모씨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다 모여서 푸짐하게 제사상을 차렸는데, 코로나가 터진 작년부터는 동그랑땡이나 만두 정도만 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같이 사는 가족끼리만 모이기로 해서 더 간소화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례상 등 설 연휴에 활용할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대구맘’이란 닉네임을 쓰는 한 맘카페 이용자는 “명절 차례상 음식 주문해보신 분들 어디가 잘하냐”며 “코로나 때문에 다들 못 오신다 해서 비용 차이가 안 나면 사드신다고 해 글을 올렸다”고 했다. ‘중랑맘’은 “시댁, 친정 모두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차례상 차림을 주문하려 한다”며 온라인 차례상 주문 경험이 있는 네티즌에게 질문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