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주거 실태를 동아일보가 정밀 분석한 결과 투기성 단타 매매로 볼 근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보유기간이 10년을 넘었고, 평균 대출금은 집값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은마아파트는 부동산 투기의 상징처럼 꼽혀 온 곳 가운데 하나다. 집값 상승 원인을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며 세금폭탄과 규제에 집중한 부동산대책이 진단부터 처방까지 잘못됐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은마아파트 4424채 가운데 1147채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지은 지 41년 동안 1채당 거래 횟수는 2.5회에 불과했다. 집주인 절반은 대출금이 아예 없었다. 빚내지 않고 장기 보유한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그동안 정부의 진단과는 거리가 멀다.
2017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장관의 취임 일성이 “강남 집값 과열은 투기세력 탓”이었다. 투기꾼들이 빚까지 동원해 단타 매매로 차익을 챙긴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4번의 부동산대책으로 강원 제주를 뺀 전국 도시를 규제로 묶은 결과가 집값 폭등과 전세 난민 급증이다.
물론 투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며 버티는 집주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꼭 강남에 살아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살겠다는 기본적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은 잡아야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의 거래까지 사회악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부동산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4일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