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산업2부 차장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고 평가받는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프로젝트다. 허드슨 야드는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릴레이티드가 25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입해 개발한, 미국 역대 최대 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당초 이곳은 낙후된 철로 부지가 있어서 골칫덩이였다. 1950년대부터 개발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초됐다. 그러다가 2010년 뉴욕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가 적극적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뉴욕시가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물론 뉴욕시 산하의 공공기관인 ‘허드슨야드기반시설개발공사’도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업성이 우선이었던 만큼 개발업체에 별도의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 공사는 예산과 자금 조달, 비용 절감을 맡았다. 개발업체에서 받은 비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했고 이를 사업 재원으로 보탰다. 공원을 조성하고 도로를 닦았으며 채권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다. 개발업체도 우리 돈으로 7조 원 안팎을 감면받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건물이 엄밀히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건설된 것이다. 뉴욕시는 철도역을 그대로 남겨둬야 해서 철도 차량기지를 계속 운영했다. 첨단 건설 공법을 바탕으로 기지 위에 덮개를 설치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땅값이 부담이고 주택을 새로 지을 곳이 마땅치 않은 서울에서 이런 구상이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으로 들렸을 것 같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심개발방식으로 허드슨 야드를 언급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철로 위 주택’, ‘도로 위 주택’ 등을 지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기도 하다.
노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부족한 주택을 늘려보겠다는 구상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돈이 문제고 사업성이 문제다. 정부가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기존 철학을 바꿀 가능성이 당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뉴욕시처럼 민간 참여를 실질적으로 유도하는 철학까지 같이할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철로든 도로든 그 위에 어떤 건물을 올린다 해도, 그 구상은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