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방백서’의 한 부분.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 전 일본 방위상이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만나 양국 국방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일본 언론들은 일본을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시키고, ‘북한은 적’이란 문구를 올해도 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일본을 보는 한국 정부의 시선이 점차 차가워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관계의 냉각을 반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상호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난달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표현했다. 1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한 것에서 후퇴했다. 한국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동반자가 아니라 이웃국가라고 표현한 것은 일본의 이 같은 격하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국이 서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떨어뜨리는 사이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2019년 7월,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한일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드는 도발을 했다. 한일 간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 것이다. 한일이 삐걱거릴수록 북핵 대응을 위한 한일, 한미일 공조에도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요즘은 한국 기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한 데 대해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양국이 해결에 적극 나선다면 서로 격을 올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