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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는 한국형 뉴딜의 시작… 권역별 다핵시대 열릴 것”

입력 | 2021-02-04 03:00:00

김경수 경남도지사-전호환 위원장이 말하는 동남권 발전전략




《지역균형 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메가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부울경은 인구 800만 명의 시장 규모와 탄탄한 산업 기반이 강점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완성되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이 지역균형 발전의 디딤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대담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는 “청년이 살고 싶은 플랫폼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지역 대학이 살아야 도시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전호환 위원장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역균형 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핵심으로 꼽았다. 한국형 뉴딜의 성패도 부울경 메가시티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울경의 성공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권역별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수도권 일극(一極)’에서 ‘권역별 다핵 시대’로의 전환인 셈이다.

관건은 민관 협력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만나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대통령 신년사에서 지역균형 뉴딜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 지사=대통령은 지방분권 추진 의지가 강하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미래가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한국형 뉴딜이라고 무조건 예산만 내려 보내면 경제성을 따졌을 때 돈은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일자리가 생긴 수도권으로 인구가 더 몰리고, 이들의 교통 및 주거 인프라를 위한 예산을 또 쏟아붓는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전 위원장=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8만 명 순유입됐다. 지방이 젊은이들을 빼앗긴 결과다. 지역이 무너지고, 수도권도 추가 공급이 없으면 결국 함께 망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을 보면 한 지역이 무너지면 다른 지역도 무너졌다. 더 늦기 전에 강력한 지방분권이 추진돼야 한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동남권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김 지사=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다핵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첫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한다. 부울경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와 800만 명의 인구 등 수도권 외 지역 중 가장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동남권마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동남권 개발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봐야 한다.

▽전 위원장=부울경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기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발전이 지체되면서 축적된 자산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교통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재를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 전국이 4개 권역으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면 부울경이 다핵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 지사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다. 배경이 궁금하다.

▽김 지사=2019년 SK하이닉스가 100조 원 규모의 투자지역으로 경북 구미가 아닌 경기 용인을 택했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인재를 데려오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사회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개별 시도 단위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에 그해 가을부터 ‘경남권 메가시티 플랫폼’을 구상했다. 수도권에 몰린 자본과 인구를 분산시키려면 ‘집적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만 한 해 20, 30대 1만5000명, 부울경 전체로는 5만 명이 빠져나간다.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핵심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한다면….

지난달 18일 경남도청에서 만난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전호환 상임위원장. 경남도 제공

▽김 지사=서울 경기 인천은 철도 전철 버스가 연결된 광역교통망을 갖췄다. 즉, ‘공간 압축’을 통해 일일생활권을 만들었다. 반면 부산과 창원만 해도 오가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다. 동남권에도 광역 대중교통망을 만들어야 한다. 수소 분야에서 가장 앞선 울산과 창원을 중심으로 ‘동남권 수소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통영∼거제∼남해를 잇는 연안 관광상품도 동남권 메가시티만의 경쟁력이다.

▽전 위원장=부울경은 친환경과 기술, 금융 등이 어우러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부울경이 통합되면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려야 한다. 시너지를 내려면 경남은 제조업, 부산은 금융과 백오피스 등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부울경은 확장성도 크다.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배후 인구가 3000만 명까지 늘어나 수도권에 의존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2019년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메가시티의 성공을 위해선 공항이 필수다. 지금처럼 항만 중심의 물류 환적만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화물은 심야 운송이 필수인데 김해공항에선 불가능하다.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야 동북아 물류 허브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다.

―최근 동남권발전협의회가 발족하면서 메가시티 구상에서 민간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전 위원장=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발전 전략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력을 잃을 우려도 있다. 민관 협력이 필수다.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민간협의체가 10년 이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협의회는 ‘부울경은 뭉쳐야 산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에게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는 서약을 받고 있다.

―‘동남권 광역특별연합’ 구상도 궁금하다.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등 행정 통합에 적극적인 지역도 있는데….

▽김 지사=메가시티를 만든다면 궁극적으로 행정 통합까지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요구가 우선이다. 광역특별연합은 기존의 ‘협의체’ 수준을 넘어서는 거버넌스다. 단순히 협의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예산도 집행하고, 연합의회도 구성하는 수준이다. 연합의 시너지가 계속 쌓이면 행정 통합 논의도 가능해진다. 프랑스는 2016년 22개 지방정부를 14개로 통합했다.

▽전 위원장=
간사이 지역 사례도 있다.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는 형태다. 결국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앞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김 지사=부울경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메카다. 임기 초기에 대기업, 정보기술(IT) 기업을 유치하려 했다. 장점을 제쳐두고 신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니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 같았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제조업의 스마트화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가 계속 쌓이는데 개별 기업 단위에선 이를 처리하기 어렵다. 창원 국가산업단지를 통째로 ‘스마트 산단’으로 바꾸기로 했다. 제조업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더니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더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프랑스의 다소시스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협업을 조건으로 내걸었더니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업도 생겼다.

▽전 위원장=지자체, 기업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 스페인 빌바오, 미국 디트로이트 등 쇠락했던 도시가 부활한 건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전략을 세운 덕분이다. 미국 피츠버그도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 유치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 부울경도 대학이 중심이 돼야 젊은층을 붙잡을 수 있다.

―올해 부산대 합격생 75% 이상이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나갔다.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도 무너지고 청년 인구 유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을 지역균형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방안이 있을까.

▽김 지사=메가시티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지역 산업계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거점국립대가 중심이 되고 기업이 결합해야 한다. 대학 정책을 교육부가 총괄하고 지방정부에는 대학 관련 조직조차 없다 보니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따로 움직인다. 모든 전공에서 데이터 다루는 법을 교양과정으로 배우게 해달라는 기업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전 위원장=디지털 리터리시(문해력)를 높이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대학의 역할도 나눌 필요가 있다.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연구중심 대학 등 장점을 살려 특화해야 한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