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신세계가 SK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1일부터 처음 시작된 스프링캠프.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SK 유니폼을 오랜 시간 입은 선수단은 입을 모아 아쉬움을 표했다. 선수 시절 SK의 쌍방울 인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김원형 SK 감독은 “그때는 모기업(쌍방울) 재정이 좋지 않아 (SK) 창단 소식을 듣고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다. 아쉬운 감정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SK가 창단한 2001년 신인으로 입단해 SK와 역사를 함께한 김강민(39)도 “어쩌다 SK 야구단보다 내가 더 오래 남았다”며 씁쓸해했다.
캠프지에 마련된 인터뷰용 뒷걸개는 SK가 ‘왕조색’이라 부르는 빨강, 검정 조합이 아닌 신세계의 회색 계열이었다. 캠프 첫날 내린 비는 SK와 동고동락했던 올드맨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신세계 관계자들은 바삐 움직였다. 캠프 첫날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전 신세계는 부사장급 임원 2명을 제주에 보내 감독 및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동요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야구단 인수 배경과 비전 등도 차분히 설명했다. 이에 선수들은 “야구단을 잘 운영해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오히려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가) 잘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신세계 계열인 스타벅스 커피 100잔이 캠프에 전해졌다.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선물이 등장하자 선수들의 마음도 서서히 녹았다. 김 감독은 “예상치 못했던 선물에 선수단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세계에서 캠프 기간 내내 얼마든지 커피 배달을 해준다고 했다”며 웃었다.
신세계의 SK 야구단 인수 작업은 다음 달 5일경 마무리된다. 이 기간에 구단 이름 선정 및 새 유니폼 제작 등 신세계가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 관계자들은 자사 온라인 쇼핑 브랜드 이름처럼 ‘쓱(SSG)’하고 나타나 선수단을 알뜰살뜰 챙겼다. 소소하지만 단비 같은 배려에 서귀포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인천 야구단’에는 날이 갈수록 온기가 돌고 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운 듯하다.
김배중 스포츠부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