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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책]정부 “공급쇼크 수준” 자평에도…시장은 공공 재개발 등 시큰둥

입력 | 2021-02-04 11:35:00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물량을 대폭 늘리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와 같은 그동안 금기시 했던 ‘카드’를 동원했다. 사업 성패의 관건인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다.

특히 공급 확대를 위해 전국에서 15~20곳 정도의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해 26만3000채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3기 신도시 8곳을 포함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신도시를 지정하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선거용 반쪽짜리 공급대책”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물량 산정 근거가 빈약한 데다 민간 참여도가 낮을 경우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공급한다는 계획도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지구 지정 등의 절차를 거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25번째 대책은 공급에 다걸기

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안정을 목표로 추진한 주요 부동산 대책은 이번 발표를 포함해 모두 25번이다.(표 참조) 2017년에 6차례, 2018년에 5차례, 2019년에 7차례, 2020년에 6차례가 발표됐다.

이전 대책에서도 공급계획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대부분 ‘투기적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17년에 발표된 ‘8·2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18년의 ‘8·27대책(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안정 기조 강화)’, 2019년의 ‘8·12대책(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2020년의 ‘2·20대책(투기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급 쇼크’로 자평할 정도로 공급 확대에 ‘올인(다걸기)’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32만3000채) 등 수도권에서만 61만6000채를 쏟아 붓고, △5대 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에 22만 채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현 정부가 기존에 예고한 공급물량(127만 채)와 합치면 무려 210만 채 넘는 주택이 앞으로 4년 간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처럼 공급에 올인한 이유는 초저금리와 가구 수 급증 등으로 인한 과수요 상태가 주택시장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정부의 계속된 대책 발표에도 전국적인 집값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 ‘패닉 바잉(집값 급등에 놀란 3040세대의 주택투자)’ ‘벼락거지(무주택자가 급등한 집값으로 상대적 빈곤감이 커짐)’ 등과 같은 신조어가 양산됐다. 또 계속되는 대책 실패는 현 정부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직격탄이 됐다. 정권 안보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의 전환이 필요함을 절감한 정부로서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 민간 참여가 대책 성패의 관건

이번 대책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빨리 공급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도심 내 고밀 개발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30만6000채를 정부가 3,4년 이내에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이번 대책에서 공급하기로 한 물량의 36%에 달하는 적잖은 규모다.

문제는 사업지역 대부분이 민간 소유라는 점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LH나 SH,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대책 발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공재건축 초과 부담금은 조합에 대해 부과하는 방식인데 이번 공급은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 중 기존 민간주택 재건축 사업에 적용하는 부담금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공공이 직접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각종 건축 규제 완화와 아파트 상가 우선 공급권 부여, 용적률 확대 등을 통해 개발사업에 따른 수익률을 민간이 자체적으로 할 때보다 10~30% 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는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합 심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근’에 민간이 반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기존에 추진한 공공재건축도 참가가 미미했고, 공공재개발 역시도 참여를 선언했던 일부 지역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불참을 선언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사)도시정책학회 최민섭 회장(서울벤처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대상지에 토지주와 세입자 상인 등 이해 당사자가 많은데, 공공이 이를 제대로 조율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 빈약한 공급물량 산출 근거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낙산마을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와 직접연관 없음. © News1

이번 공급 물량의 산정 근거가 빈약하고, 2025년까지 서울에서 32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적잖다.

정부가 13만6000채를 공급하겠다는 정비사업의 경우 기존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사업시행인가 전 물량(46만4000채)에다 신규 재개발·재건축 구역(예정구역 등) 물량(64만6000채)을 더한 뒤 지역별, 여건별 변수 등을 반영한 ‘기대참여율’을 적용해 공급물량을 산출했다. 서울의 경우 공공재개발 공모 참여율이 25.9%였던 점을 감안해 25% 적용하고, 인천과 지방은 이보다 낮게 계산했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에 추진됐던 공공 재건축에 참여한 곳이 한 곳도 없던 전례에 비춰 공공 재건축·재개발에 이런 참여율을 적용한 것부터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만3000채 공급 목표가 제시된 역세권 개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추진됐던 역세권 개발사업의 참여율이 6.6%인데 이번 대책에선 참여율을 10%로 계산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역세권 개발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한 만큼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며 “보수적으로 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잉 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물량 중 가장 비중이 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2025년까지 공급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2025년까지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고 토지주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을 해야 하는데다 이후로도 주민 동의를 받아 지구지정을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2025년까지 부지를 확보한다면 실제 분양과 입주까지는 3~5년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책에서 신규 택지의 구체적 지역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거의 끝난 곳도 있고, 협의가 아직 안 된 곳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은 물량을 확보된 것처럼 발표한 셈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