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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시설 태부족… 열악한 공공의료 여건 개선해야”

입력 | 2021-02-05 03:00:00

조승연 인천시립의료원장 강연



3일 인천 중구 인천항 입구 정석빌딩 지하 강당에서 비대면 온라인 강연 형태로 진행된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의 주제 강연자로 나선 조승연 인천시립의료원장이 공공의료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시립의료원이 인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000여 명 중 80%를 치료했습니다. 국가가 지정한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원임에도 규모가 작아 어려움이 크네요.”

조승연 인천시립의료원장(58)이 3일 새얼문화재단의 조찬포럼인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 시대, 한국 의료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취약한 공공의료 실상을 소상히 전했다. 월례 정기포럼인 새얼아침대화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포럼을 열면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대신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제407회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내용은 새얼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영됐다. 공공의료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 원장은 가천의대 길병원, 인천적십자병원 소아외과 전문의를 거쳐 경기 성남의료원장, 인천의료원장을 맡았다.

인천의료원은 지난해 1월 20일 국내 1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환자를 완치시켜 본국으로 보내고 나서 감사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 차 속에서 체온 측정 및 검체 채취를 하는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운영을 제안해 국내외에 전파시킴으로써 K방역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의료원 측은 전문의 40명 대부분을 병동 8곳 중 7곳에 배치해 코로나19 양성환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의료인력 및 치료시설 부족으로 증세가 위중해진 중증환자는 치료를 제대로 못 하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원장은 강연에서 “지방의료원 35개, 지역 적십자병원 6개 등 전국의 41개 공공의료기관은 대개 300병상을 갖춘 작은 규모여서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 의료행위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 공공병원은 대개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있는 데다 공공투자도 제대로 안 돼 시설 및 의료 인력이 미흡한 ‘미운오리새끼’ 신세라는 것. 그럼에도 공공병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코로나19 치료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1910년 개원한 경남 진주의료원이 적자 운영을 이유로 2013년 폐원한 이후 여러 차례 공공의료 활성화 정책이 마련됐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정부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보고서’(2013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2018년), ‘관계부처 합동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2020년)을 발표한 바 있다. 조 원장은 이런 실정을 담담히 전하면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지하방에서 삶을 마감한 세 모녀의 죽음, 지난해 9월 정신질환을 앓아온 모녀가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비롯해 13년째 자살률 세계 1위 등 국내의 비극적인 사례들이 취약한 공공의료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 비율(2018년 기준)이 한국 10%, 일본 18.3%, 미국 23%, 독일 25.5%, 프랑스 44.7%이고 공공병상 비율은 한국 5.7%에 비해 선진국은 21∼61%에 이른다”며 “한국 공공보건의료는 취약계층이나 의료시장 실패 분야를 책임지는 잔여적 접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강연 말미에 “지난해 12월 정부 발표대로 2025년까지 20개 안팎의 지방의료원을 400병상 규모로 확충하고 ICT와 연계된 스마트 공공병원으로 혁신할 수 있는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제2시립의료원 건립 문제는 시민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3위로 꼽혔고 시민이 만든 ‘인천 복지기준선’에 제시된 계획”이라며 “공공의료서비스를 제대로 펼치려면 공단 한가운데에 있는 현 시립의료원과 별개로 도심 속에 제2의료원이 개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