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5조5524억 최대실적
사상 최초로 아모레퍼시픽 눌러
LG생건, 온라인 강화하고 고급화
아모레는 중저가 육성한게 패착

○ K뷰티 ‘2강 기업’의 상반된 실적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일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4조9301억 원, 영업이익이 1507억 원으로 2019년보다 각각 21.5%, 69.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2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2% 하락했다.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화장품 매출 부진이었다. 화장품 계열사 중 가장 큰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4조43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하락했다. 4조 원대 매출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2019년 4278억 원에서 1430억 원으로 67% 급감했다.
반면 라이벌 기업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은 5조5524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영업이익도 9647억 원으로 전년보다 7.5% 늘어났다.
○ 중국과 온라인 시장 공략 여부가 희비 갈라
지난해 화장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역신장한 가운데 두 업체의 희비를 가른 것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였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 ‘오휘’ ‘숨’ 등이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대표 브랜드 ‘후’는 지난해 연 매출 2조6000억 원을 달성했다. 2018년 중반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축을 재편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일찍 세웠던 것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중국 화장품 매출은 2019년 대비 21% 성장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선전은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 외에 시장이 원하는 바를 일찍 인지하고 잘 대응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해외에서 이니스프리 같은 중저가 브랜드를 강화한 게 악수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높았던 저가 로드숍 브랜드 인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오프라인 중심 경영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큰 타격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초까지도 매장을 확대하다 뒤늦게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올해는 그룹 매출 5조6000억 원과 영업이익 38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