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추출기 내달에나 국내 반입 이달 도입 화이자 출하승인 생략 전문가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정부가 미국 화이자 백신의 특례수입(긴급수입)을 결정하면서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생략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백신 효능 분석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도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무소속 전봉민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신 출하승인 때 필요한 장비인 ‘핵산추출기’가 빨라야 3월 국내에 반입된다. 출하승인이란 유통에 앞서 백신 완제품을 다시 한 번 검사하는 절차다. 핵산추출기는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에 항체를 만드는 RNA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때 필요하다. 2월 중 백신이 도입되는데 정작 품질을 검증할 장비가 더 늦게 들어오는 셈이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특례수입이라 출하승인을 생략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검증 장비를 늑장 구매해 품질을 검증할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백신은 유통에 앞서 반드시 출하승인을 거쳐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출하 승인도 안 거친 백신을 접종했다가 혹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4일 전 의원실에 보낸 검토 의견에 “출하승인은 안전사고 발생 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품질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백신을 국가가 한 번 더 확인하는 시스템”이라며 “시급성과 함께 안전성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특례수입의 경우 출하승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서도 “처음 사용되는 백신인 만큼 질병관리청과 품질 점검을 위한 세부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