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운규 영장청구… 수사 속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4일 청구하면서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산업부가 두 차례 연장 가동을 보고했을 때 아무런 언급이 없던 청와대가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산업부 공무원들로부터 “2018년 3월 청와대에 월성 1호기를 몇 년 더 운행해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당시에는 즉시 가동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계속 운행” 보고를 받은 지 한 달여 만인 2018년 4월 기존 방침을 뒤집고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공무원 A 씨는 검찰에서 “2018년 3월 당시 채희봉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과 백 장관에게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이후에도 1, 2년간 한시적으로 계속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2017년 12월에도 비슷한 내용을 보고했고 이때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채 비서관은 2018년 4월 2일 산업부에서 파견된 김모 행정관에게 “원전 즉시 가동 중단 방침을 장관까지 확정한 보고서를 받아보라”고 지시했다. 문미옥 당시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했더니 외벽에 철근이 드러나 있었다”고 청와대 내부망에 글을 올린 당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참모진에게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되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2018년 3월 연장 운영과 관련한 청와대 보고용 자료가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맡았던 김모 서기관이 2019년 12월 해당 문건과 초안 자료 등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서기관의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였지만 문건을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