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22일 추진 논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한 12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 CEO들이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 예방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내년 1월 27일 시행)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경영계를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환노위 검토 문건에 따르면, 대우건설 LG디스플레이 롯데택배 CJ대한통운 GS건설 쿠팡 포스코 포스코건설 한진택배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자동차 등 12개 기업의 CEO, 안전책임자 등을 22일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각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건의 경위와 사상자 수를 조사한 고용노동부 자료도 담겨 있다. 특히 환노위 일각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중소기업 CEO도 부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여야 협의가 마무리되면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실시 계획안을 통과시킨 뒤 참석 기업의 수와 증인 명단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 청문회는 환노위 소속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먼저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임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은 노동자와 국민의 편에 서서 국회를 지키겠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환노위 전체회의에 출석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체회의에서는 다른 사안을 논의하고, 아예 별도의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자”고 역제안했고, 임 의원이 수락하면서 22일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그동안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CEO나 안전책임자가 국회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에 출석한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10명 이상의 CEO가 동시에 국회 청문회에 나오게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 참석 후보에 오른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당이 먼저 CEO의 국회 출석을 제안하고, 청문회까지 수용했다는 소식에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회 안팎에서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노동계 표심을 얻기 위해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원만 206만 명에 이르는 양대 노총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 총수나 경영책임자를 청문회 발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경영계 관계자는 “청문회를 아무리 조심스럽게 진행한다고 해도 청문회는 청문회다. 우리로선 국정감사보다 훨씬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