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 이야기다. 배우 윤여정(74)이 연기한 할머니는 깡촌에 정착한 딸과 사위를 도우러 한국에서 왔다. 상아색 원피스를 입고 와서는 고춧가루와 멸치를 풀어낸다. 감격한 딸이 울자 말한다. “야, 또 울어? 멸치 때문에 울어?” 한사코 안 받겠다는 딸에게 돈 봉투도 쥐여 준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43)은 자전적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손자는 한국에 가 본 적도 없으면서 처음 만난 할머니에게서 한국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노랫말이 TV에서 흘러나오자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한다. “네 엄마 아빠 한국에서 누가 노래만 시키면 서로 두 눈에서 꿀물을 뚝뚝 흘리면서 저 노래만 불렀다.” 그랬나, 하는 딸에게 말한다. “여기 오더니 다 까먹었구나.”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이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미나리는 결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뉘앙스로 가득한 영화”라고 한다.
▷골든글로브 측은 영어대사 비중이 적다며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리고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하지 않았다. 미나리는 이민 세대인 부모가 집에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미국의 속살을 다룬 ‘미국인 감독과 미국 자본에 의해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다.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halmoni’(할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미나리는 뿌리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큰 울림을 준다. “미나리, 할머니, 땡큐 베리 머치!”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