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정치부 차장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매주 일요일 열렸던 고위 당정청 회의의 한 참석자는 당시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원 팀’인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불꽃이 튀었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자”고 했지만 4·15총선을 앞두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고 홍 부총리를 윽박질렀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민주당과 같은 주장을 폈지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홍 부총리를 적극 엄호했다.
혼란스러운 건 국민들이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궁금한 건 똑같다. 나는 받을 수 있나 없나. 준다면 얼마를 주나. 그리고 언제 주나.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하겠다”면서도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결론을 낼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파열음만 들린다. 범위와 대상을 정한 뒤 정부 여당이 한목소리로 지급 사실을 발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손실보상제도 마찬가지다. 손실보상제 논의를 주도한 총리실은 일관되게 “소급 적용은 없다”고 했지만, 여당은 달랐다. 민병덕 의원 등 63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손실보상금은 소급하여 지급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당정이 간신히 입을 맞춰 소급 적용 불가 방침을 밝히나 싶더니, 4일 여당 최고위원이 돌연 “법 규정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상당히 변수가 될 것”이라며 소급 적용의 여지를 뒀다. 여당이 계속 군불을 피우니,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너무나 지독한 희망고문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