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뇌사판정 받은 김성일씨 심장, 폐 등 장기기증하고 하늘로 “평소 어려운 이웃 보면 못 지나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을 것”
3일 장기 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김성일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형님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어요. 평소에도 이웃 어르신 댁들의 배관이나 보일러를 무료로 수리해주곤 했죠. 그런 형이라서 아마 본인도 장기 기증에 적극 찬성했을 겁니다.”
주변을 챙기며 이웃들에게 나눔을 베풀던 50대 배관설비공이 장기 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은 “울산에 사는 김성일 씨(50)가 동강병원에서 지병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폐, 간장, 좌우 신장 등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 생을 마무리했다”고 4일 밝혔다.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뜻 장기 기증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동강병원의 김명수 신경외과 과장이 “환자가 뇌사로 추정된다. 마지막 가는 길에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가면 큰 의미가 있다”고 전하자 가족들은 바로 결심했다.
“추운 겨울에 배수관이 동파된 집에 가면 한참 수리를 하고서도 ‘사정이 딱하다’며 그냥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형님이라면 떠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성품을 잘 알기에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선택했습니다.”(동생 김성용 씨)
김 씨의 기증을 도운 KODA 영남지부의 주용호 코디네이터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 기증을 마친 뒤 가족들께서 오히려 ‘정말 6명이나 살렸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힘이 났다”며 “다시 한번 장기 기증을 결정해주신 유족들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인성 KODA 원장도 “고인의 선행이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4일 오전 발인 뒤 고향인 전남 무안에 있는 가족묘에 안치됐다. 형을 떠나보낸 이날 동생 김 씨는 KODA 측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