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팀, AI반도체-소프트웨어 결합 인공지능 자율차 플랫폼 독자 개발 “차량 스스로 위험 상황 판단-대응… ‘레벨4’ 자율주행기술 개발 목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인공지능 반도체 ‘알데바란(AB)9’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ETRI 제공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자율주행차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국산 AI 자율주행차 기술이 연내 공개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지난해 공개한 ‘풀 셀프 드라이빙(FSD)’에 필적할 AI 자율주행 기술이 순수 국내 연구로 개발되는 것이다.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은 2일 “지난해 개발한 AI 반도체 ‘알데바란(AB)9’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AI 자율주행차 모듈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AI 반도체와 운용 소프트웨어를 완성하고 실제 테스트가 가능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의 베타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TRI 연구팀이 개발한 AI 자율주행차 플랫폼은 레벨4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SAE)는 자율주행을 기술 수준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시중에 보급되는 차량에 적용되는 기술은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레벨2 수준이다. 레벨3는 허가된 도로에서 자율주행으로 달리다가 비상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을, 레벨4는 차량 스스로 상황을 완전히 판단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단계를 뜻한다.
테슬라가 지난해 베타 버전으로 선보인 FSD는 대표적 레벨3 기술로 꼽힌다. 테슬라는 FSD를 위한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독자 플랫폼을 구축한 유일한 기업이다.
ETRI 연구진도 SK텔레콤과 지난해 레벨3급 이상의 자율주행차에서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AI 반도체 ‘AB9’을 개발했다. 크기를 최소화하고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동시에 AI 연산에 최적화된 설계 기능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복잡한 연산을 완성하는 설계 단위를 뜻하는 코어수가 1만6384개로 1초에 40조 회(40테라플롭스)의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소장은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핵심 AI 모듈은 주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이용하는데, 지난해 핵심 모듈 2개를 AB9 반도체로 대체하는 테스트를 마쳤다”며 “올해는 7개의 핵심 모듈 전체를 AB9으로 대체하고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 핵심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적용한 플랫폼의 베타 버전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연구소 내에 AI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조직과 AI 반도체를 연구하는 조직, 자율주행차 등 응용 분야를 연구하는 조직이 함께 있어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해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며 “내년부터 AI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테스트하며 기술을 고도화해 궁극적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