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H오토모티브, 투자 조건으로 산은에 2800억 지원 요구 'P플랜' 추진 위해서는 산은 동의 필수…노조 "해법 달라" 부품조달차질로 생산차질 심각…3일부터 가동중단·16일 재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 노사가 ‘P플랜’(사전회생계획·Pre-packaged Plan) 추진을 위해 손잡고 정부와 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쌍용차노동조합은 5일 “11년 무쟁의를 실천한 성숙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최대한 인내하며 매각 성공을 위해 최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기간산업보호를 위해 정부와 채권단은 쌍용차와 부품협력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 실질적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밝혔다.
쌍용차 노조는 “노조는 쌍용차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해 왔다”며 “자금여력이 부족한 협력업체의 연쇄적 파산이 60만 생존권을 위협할 경우 고용대란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은 “쌍용차 경영위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지난 11년 연속 국민들과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지켰듯 다시 생존의 기회가 온다면 소형 SUV시대를 연 티볼리처럼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차량개발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쌍용차의 최대최권자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지난달 12일 쌍용차 지원을 위해서는 노조가 무쟁의를 약속하고 임단협 시기를 1년에서 3년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21일 서울 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ARS 프로그램)를 접수, 오는 28일까지 새 투자자를 찾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간 입장차로 4자(산업은행·쌍용차·마힌드라· HAAH오토모티브)간 협의가 사실상 불발되며, 쌍용차는 마지막 카드로 ‘P플랜’을 선택했다.
P플랜은 워크아웃의 신규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채무조정 기능을 합친 제도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치며, 법원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P플랜 가동을 위해서는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사전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의 경우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계획과 산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쌍용차는 이와 관련, 지난 4일 “현재 원활한 ‘P플랜’ 추진을 위해 마힌드라그룹 및 잠재적 투자자와 관련 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현재 임직원의 급여 일부에 대해 지급 유예를 하는 등 납품 대금의 정상적인 지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쌍용차 협력사들이 관련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조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그동안 이어온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662억원으로 현재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오는 3월31일까지 자본금 전액 잠식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생산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부품업체들이 대금 지불을 요구하며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서 1일부터 평택공장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으며, 3일부터는 평택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 오는 16일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3~5일에도 차량 생산을 중단했으며, 주말이 지난 후인 오는 8~10일 또다시 생산을 중단한다고 5일 공시했다. 쌍용차는 이후 설 연휴와 추가 휴일 하루를 더 보낸 후 오는 16일 생산 재개에 나설 예정이다. 쌍용차는 “협력사의 납품거부에 따른 생산부품조달 차질로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며 “전 차종 생산 차질과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협력사와 납품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