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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삼성과 달리 아이폰엔 통화녹음 없는 까닭…몰래녹음, 美선 범죄”

입력 | 2021-02-05 15:25:00

부산 초원복국 사건을 다룬 1992년 12월 15일자 동아일보 1면. © 뉴스1


임성근 부장판사처럼 통화 중 몰래 녹음했을 경우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선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민사상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 조국 “동의없는 녹음, 미국에선 형사불법 즉 범죄…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 없는 이유”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형사법 전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삼성폰과 아이폰 차이를 설명하면서 관련 법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통신비밀보호법 제 제3조 제1항의 해석과 관련해 판례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동의없이 녹음하는 것은 형사불법이 아니고 민사불법이라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즉 범죄행위라며 처벌할 순 없지만 민사상 불법해위임으로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이에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 일부 주와 독일 형법은(예외적 허용조건 있음)이를 형사불법, 즉 범죄로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성폰과 달리 아이폰에서는 통화녹음기능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며 “통신비밀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면, 법개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당사자간 동의 없는 어떠한 형태의 녹음도 범죄라고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가장 유명한 몰래녹음은 1992년 초원복국 사건…김기춘 법무장관과 부산 기관장, YS 당선 논의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그 유명한 ’초원복국‘ 사건 여파에 따라 1993년에 만들어졌다.

초원복국 사건은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이 맞붙어 관심이 뜨거웠던 제14대 대선을 1주일 앞둔 1992년 12월11일 부산의 유명한 음식점 ’초원복국‘에서 빚어진 몰래 녹음 사건이다.

그날 아침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시장-부산경찰청장-안기부 부산지부장-부산교육감-부산지검장-부산상공회의 회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과 회동했다.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통일국민당(정주영 현대회장 창당)측이 식탁밑에 녹음기를 설치,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등의 발언을 녹음, ’관권개입 선거의 명백한 증거‘라며 터뜨렸다.

◇ 관권개입 후폭풍이 아닌 ’우리가 남이가‘… YS지지층 결집효과만

하지만 집권여당(민자당)과 정권은 불법녹음이 더 문제라며 초점을 뒤집어 버렸다.

또 이번 일로 김영삼(YS) 후보 당선이 위태롭다는 말이 퍼졌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부산 경남은 물론 YS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대구 경북까지 YS쏠림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초원복국 사건‘은 YS에 타격을 입히기는 커녕 당선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1992년 당시 ’비밀녹음‘을 처벌할 법규가 없어 녹음기를 설치한 통일국민당 관계자는 주거침임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 몰래녹음 처벌조항 없다가 1993년 만들어져…제3자가 했을 경우에만 처벌

여론의 눈총과 이러한 문제점에 떠밀린 국회는 1993년에 통신비밀보호법을 만들어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만들었다.

이후 몰래녹음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처벌대상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녹음했을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