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원복국 사건을 다룬 1992년 12월 15일자 동아일보 1면. © 뉴스1
임성근 부장판사처럼 통화 중 몰래 녹음했을 경우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선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민사상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 조국 “동의없는 녹음, 미국에선 형사불법 즉 범죄…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 없는 이유”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형사법 전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삼성폰과 아이폰 차이를 설명하면서 관련 법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범죄행위라며 처벌할 순 없지만 민사상 불법해위임으로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이에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 일부 주와 독일 형법은(예외적 허용조건 있음)이를 형사불법, 즉 범죄로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성폰과 달리 아이폰에서는 통화녹음기능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며 “통신비밀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면, 법개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당사자간 동의 없는 어떠한 형태의 녹음도 범죄라고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가장 유명한 몰래녹음은 1992년 초원복국 사건…김기춘 법무장관과 부산 기관장, YS 당선 논의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그 유명한 ’초원복국‘ 사건 여파에 따라 1993년에 만들어졌다.
그날 아침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시장-부산경찰청장-안기부 부산지부장-부산교육감-부산지검장-부산상공회의 회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과 회동했다.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통일국민당(정주영 현대회장 창당)측이 식탁밑에 녹음기를 설치,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등의 발언을 녹음, ’관권개입 선거의 명백한 증거‘라며 터뜨렸다.
◇ 관권개입 후폭풍이 아닌 ’우리가 남이가‘… YS지지층 결집효과만
하지만 집권여당(민자당)과 정권은 불법녹음이 더 문제라며 초점을 뒤집어 버렸다.
1992년 당시 ’비밀녹음‘을 처벌할 법규가 없어 녹음기를 설치한 통일국민당 관계자는 주거침임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 몰래녹음 처벌조항 없다가 1993년 만들어져…제3자가 했을 경우에만 처벌
여론의 눈총과 이러한 문제점에 떠밀린 국회는 1993년에 통신비밀보호법을 만들어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만들었다.
이후 몰래녹음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처벌대상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녹음했을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