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백신이 곧 국내로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만들어진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과정을 거치서 국내로 들어오며, 백신 운송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무엇일까요?
●신주단지 모시듯!
먼저 백신이 들어오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백신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백신은 보통 생산 공장 내 냉동 또는 냉장창고에 보관됩니다. 이후 백신 운송 지시기 떨어지면 냉동(또는 냉장) 및 보안 장치가 설치돼 있는 특수 운송 차량에 실려 공항이나 접종 센터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공항에 도착한 백신은 곧 바로 항공기로 옮겨지거나,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냉동/냉장보관 창고, 특수 장소 등에서 보관 되다가 항공기 스케쥴에 따라 항공기에 적재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백신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백신을 제약사에서 만든 백신 포장재 또는 특수 포장재에 넣습니다. 이 백신 포장재는 보통 내포장재와 외포장재 등으로 구성이 됩니다.
미국 화이자 백신 포장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포장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포장재 안에 ‘로그’라는 장치를 넣습니다.
온도기록(로그) 및 위치기록(GPS) 장치.
로그는 백신 이동 과정에서 온도가 어떻게 유지됐는지 등을 기록해주는 장치입니다. 이동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계속 유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GPS 장치도 넣어서 백신의 위치도 추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링 작업을 합니다. 실링은 상자가 뜯어졌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포장 방법입니다. 이렇게 포장재에 포장된 백신을 항공기로 운송할 땐, 그냥 상자만 옮길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특수 컨테이너를 사용합니다.
포장 파손 여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실링.
●백신 운송을 위한 특수 컨테이너
특수 컨테이너에는 크게 액티브 컨테이너와 패시브 컨테이너가 있습니다. 액티브 컨테이너는 전기충전 방식으로 특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컨테이너입니다. 약 -20℃에서 +30℃ 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전기 충전 방식으로 최대 100시간 까지 작동을 합니다. 2℃~8℃ 사이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 액티브 컨테이너를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시브 컨테이너는 -25℃ 까지 내릴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5℃ 이하로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옮기기에 적당한 컨테이너인데요. 패시브 컨테이너 안에는 특수 냉매제가 있어서 온도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엔 -70℃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존하는 컨테이너 중 컨테이너 기능만으로 -70℃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컨테이너는 없습니다. 그래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자체 제작된 포장재 외에 패시브 컨테이너를 사용해 운반하려면, 드라이아이스를 대량으로 넣어 -70℃ 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영하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컨테이너.
제약사와 항공사 등의 판단에 따라 백신 운송 과정에 드라이아이스를 쓸지, 컨테이너를 쓸지 결정 됩니다. 그 만큼 백신 운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 유지’ 이기 때문입니다. 백신은 특성상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백신의 온도 유지에 실패하면 백신이 변질 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독일 몇몇 도시에서는 백신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신 전략을 폐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백신 온도를 맞춰라! …콜드체인 필수!
해외 백신 운송 사진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백신들은 백신 종류에 따라 적정 온도가 전부 다릅니다. 코로나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은 -80℃~ -60℃(평균 -70℃), 모더나 백신은 -20℃, 존슨앤존슨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백신(시노백,시노팜,칸시노)은 -10℃~8℃(평균 2~8℃),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은 -20℃가 최적의 이동 및 보관 온도입니다.
물론 2~8℃에서도 일정 기간 보관을 해도 되지만,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짧습니다. 자칫 온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은 운송과 보관을 최적의 온도해서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의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이미 이런 콜드체인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항공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의약품 수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급한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 ‘CEIV Pharma’를 보유한 항공사와 물류업체만 가능한데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이미 2019년 CEIV Pharma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CEIV Pharma를 보유한 항공사는 전 세계에 18곳뿐입니다.
항공사 창고에 보관돼 있던 백신이 항공기로 옮겨지는 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백신이 실려 있는 팔레트(항공 화물을 싣는 일종의 판) 또는 컨테이너를 옮길 때는 시속 5㎞~10㎞로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의 경우엔 가장 늦게 화물기에 실립니다. 그 이유는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내려서 보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기에서 내린 백신이 각 접종 센터 또는 의료 기관으로 움직일 때는 특수 차량에 실리게 됩니다. 특수 차량은 냉장·냉동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백신이 필요로 하는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은 이동을 할 때 대부분 국가들에서 군이 수송통제 및 관리를 위해 개입 합니다. 즉 군대가 코로나 백신을 호위 하는 것이죠. 참고로 미국은 대장(4스타)이 백신 운송 보안 및 경호를 총 지휘하기도 했죠.
이처럼 백신 생산에서 포장, 보관, 운송에 이르는 절차는 매우 치밀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 백신 운송이 문제가 생기는 건, 운송사나 항공사 뿐 아니라 그 국가의 명성에도 치명적입니다. 실수한 전력이 있는 업체에 제약 회사가 앞으로 물건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요?
안전한 백신 운송과 보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