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외교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외교행보에 나서면서 그의 언행에 국제사회의 눈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와 상호존중’하는 것을 외교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정치적 양극화와 공중 보건 위기 등으로 국내 사정이 녹록지 않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훼손된 전통적 동맹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미국의 귀환’(America is back) 선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와 국제제도에 복귀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재확립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시절 파리 기후협정을 발효시키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종식을 위한 국제적 대응,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저지하기 위해 다자간 협상을 한 것까지 미국 외교가 이룬 성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과 인접한 캐나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순으로 전화를 진행하며 동맹의 중요성, 공동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적대관계에 가깝지만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등으로 얽힌 러시아와도 일찌감치 통화를 마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을 내지 않은 채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서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주독 미군 동결 계획은 동맹국에 대한 미군 주둔 문제를 자국 이익의 관점이 아니라 세계 군사 전략과 가치 동맹의 관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실용주의적 국제주의=“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직면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직면해있다.”(we face a totally different world than we faced in the Obama-Biden administration.)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다자주의, 동맹 복원에만 100% 초점을 맞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NBC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가 아니다”(This is not a third Obama term)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전략은 이에 따라 미국이 과거 주도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로 완전히 돌아가기보다는 실용주의적 국제주의 형태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중국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지만 기후변화나 핵 비확산, 보건안보 등의 분야에선 협력하고, 국제경제에 있어서는 자국이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동맹 관계에서도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정책이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은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도 연상시킨다. 바이 아메리칸은 연방 정부의 기간 시설 구축, 자동차 등의 장비 구매 시 미국 제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산품 이용을 독려하는 것이다.
또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 밝힌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A 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 내용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다소 닮아있다. 여기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저는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투자하고 세계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어떠한 새로운 무역 협정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