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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짓말로 사법부 망신시키고 기억력 핑계 대는 대법원장

입력 | 2021-02-06 00:00:00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하고도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17기 중 약 140명은 어제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고, 야권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그제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라고 사과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임성근 부장판사 개인의 진퇴 문제를 넘어 김 대법원장의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 여부, 사법부의 신뢰 문제로 확대됐다. 법관이 지켜야 할 규범을 집약한 대법원의 법관윤리강령 7개 조항 가운데 첫 번째가 사법권 독립 수호, 두 번째가 품위 유지다. 이런 법원의 핵심 가치들을 훼손했는지 여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기억이 잘못됐다는 해명만 내놨다. 발언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사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작년 5월에는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판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할 수 있겠나. 김 대법원장 발언의 여파로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법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관을 믿고 판결을 따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선 판사들은 “참담하고 자괴감이 든다”며 탄식하고 있다.

법관은 선출직이 아님에도 개인의 자유권, 재산권 등을 제약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만큼 높은 법적·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며, 대법원장은 그 정점에 서 있다. 법치주의에서 최종적 판단자 역할을 하는 법관의 권위가 무너지면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 대법원장은 사안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그에 걸맞은 반성과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