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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정교한 데이터가 날씨와 만나면

입력 | 2021-02-06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정부가 올해 6월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양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발사돼 해양·환경을 관측하는 천리안 2B호 정지궤도위성에 실린 환경 탑재체를 통해 관측한 자료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천리안 2B호는 하루 8회 에어로졸 형태인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오존, 포름알데하이드 등을 관측한다. 이 외에도 이산화질소, 자외선, 구름 정보 등 총 20가지 해양·환경 데이터도 공개한다. 이런 데이터가 공개되면 대기오염 물질의 경로를 거꾸로 추적할 수 있어 베일에 싸여 있던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나 그 피해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자료 확보는 날씨나 공기 분야에서 장기 전망을 세우는 데 큰 힘이 된다. 정교해진 장기 전망은 더 나아가 경제와도 직결된다. 우리가 기상과 산업의 연관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농업이다. 농업은 실제로 기상, 공기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상청이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 정보는 작물의 선택에서부터 관개 시기, 냉해 방지, 수확 시기, 목장의 건초 관리 등에 활용된다. 그 효과는 단기 전망 1200억 원, 장기 전망 2900억 원 등 총 41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날씨 데이터가 고도화되면서 활용 방안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업진흥청이 날씨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업진흥청에서 제공하는 농업기상 서비스는 전국 203개 주요 농업지점의 기온, 습도, 풍향, 평균 풍속, 일순간 최대 풍속, 강수량, 일조시간, 토양 수분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 2014년부터 주요 작물별 위험도를 정리해 농업기상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은 필지 단위로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일사량, 강수량, 풍속 등을 최대 9일까지 예고함으로써 기상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은 현재 전북도 29개 시군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2027년이면 전국 단위로 확대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 분야 또한 날씨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계절별 에너지 수요 조절이 날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도시가스 공급과 열병합 설비를 통한 구역형 집단에너지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에너지 회사들은 기상 정보를 필요한 형태로 재가공해 수요 예측 분야에 참고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더 나아가 말단배관 온도측정 센서, 정압기 온도트랜스미터 등을 설치해 동절기 배관의 온도 정보를 확인함으로써 공급 압력이 높아질 때도 안정적인 유지에 도움을 얻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과 함께 날씨 데이터는 관측된 숫자 그대로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분야에 맞춰 가공되고, 때로는 다른 데이터와 융합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아직 해외에 비하면 우리 날씨 데이터 활용 정도는 미미하지만 농업진흥청이나 에너지회사 사례처럼 국내 실정에 맞춘 데이터 활용 사례가 늘어난다면 모든 국민이 날씨를 걱정의 대상이 아닌, 기대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