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애덤 쿠차르스키 지음·고호관 옮김/380쪽·1만9000원·세종서적

로널드 로스는 모기 숫자와 말라리아 확산 사이의 관계를 통해 감염병의 확산 추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저자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현상 속에 전염의 원리가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책은 역학자이자 수학자인 저자가 감염병과 컴퓨터 바이러스, 가짜 뉴스, 금융위기, 폭력 사건 등 각종 사회 현상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전염’의 패턴을 수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의학자 로널드 로스는 모기 개체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면 완전히 박멸하지 않고도 말라리아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모기 정리(定理)’다.
로스는 이를 설명하면서 ‘R값(감염재생산지수)’ 개념을 도입했다. R값은 확진자 1명이 평균 몇 명을 추가로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뜻한다. 로스는 모기 수를 줄이면 감염 기회를 줄여 전염병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수학 모형을 이용한 말라리아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오늘날 R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이즈, 에볼라 등 모든 감염병 방역에서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방역당국 핵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브리핑에서 “R값을 1 이하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널리 더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대개 팔로어가 적은 이들이었다. 전파 기회가 많다기보다는 주목하고 공유할 확률이 높은 가짜 정보가 잘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해로운 콘텐츠와 맞서 싸우면 어떤 사람이 그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직접적 효과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지 못하는 간접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