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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대법원장은 ‘남자 추미애’였다

입력 | 2021-02-06 12: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김경수 경남지사가 그리 당당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대법원장에 문재인 정권의 충실한 법비(法匪)를 앉혀놨으니 겁날 게 없었던 거다.

안타깝게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체가 드러났다.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한다는 그의 녹취록 발언을 뜯어보면, 김명수가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된 것 자체가 사법농단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라는 숙원사업을 위해 정권 입맛에 맞게 재판거래를 했다지만 김명수는 알아서 기는 ‘사법굴종’을 했다.

지난해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발언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동아일보DB


법비란 법을 악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무리다.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혀준 정권을 위해 추하게 보은(報恩)한다는 점에서 김명수는 ‘남자 추미애’였다. 사법부 적폐청산의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만큼 시끄럽진 않았으니 ‘조용한 추미애’인 셈이다.

● 보은판결은 재판개입-사법농단 아닌가?
김경수와 조국은 김명수가 대법원장으로 있는 한, 대법 무죄 판결을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경기지사 이재명도 작년 7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덕분에 이재명은 피선거권 박탈을 모면했고 지금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지지도 1등이다.

친문도 아닌 이재명이 ‘정치적 판결’로 정치 목숨이 살아났는데 정권의 두 황태자가 정치적 사망을 할 리 없다. 민주당 소속 은수미 성남시장도 2심 당선무효형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살아났다.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항소장을 부실 기재했다며 파기 환송한 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은수미 성남시장. 동아일보DB


은수미가 문 정권 청와대비서관 출신이 아니라면 대법원이 절차적 문제까지 찾아내 본안을 뒤집겠느냐는 의문이 당시도 나왔었다. 그러고 보면 청와대와 재판거래 ‘문건’을 남긴 전임 대법원장은 하수(下手)라는 생각이 든다. 대법원장의 정체가 노출된 이상, 앞으론 어떤 대법 판결도 신뢰받기 어렵다. 그 자리에 있을수록 정권의 짐이 된다는 점에서 김명수가 ‘추미애 이상’이 됐다.

● 조국 재판까지 김명수는 안 떠날 것

당연히 야당은 물론, 문 정권과 문빠를 제외한 각계에서 김명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경수와 조국의 대법원 판결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그는 대법원장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사퇴할 생각 없다고 김명수가 단호하게 밝힌 것도 정권의 뜻을 잘 알기 때문일 터다.

“법원은 국민의 권리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법관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인지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김명수는 말한 바 있다. 2018년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콕 찍어 질타한 직후였다.

이달 4일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김명수를 탄핵하라”고 구호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동아일보DB


김명수 파동을 몰고 온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이 과연 무죄인지, 탄핵당해 마땅한 사안인지는 더 깊은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명수가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배신해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긴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추미애처럼 김명수를 내칠 수도 없고, 그대로 둔 채 사태를 키울 수도 없어 문 정권은 더 큰 고통일 것이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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