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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근무해도 회사 안 망합니다

입력 | 2021-02-06 11:50:00

주6일에서 주5일까지 51년, 주5일에서 주4일은?




코로나19 사태로 업무 환경이 바뀌면서 주4일 근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GettyImages]

덜 일 하고 더 벌고 싶다. 모든 직장인의 꿈일 것이다. 일주일 중 하루만 연차를 내도 주말이 빨리 돌아오는 느낌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근무 환경이 급변하면서 일각에서는 주4일 근무제(주4일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쉬는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의가 환영받고 있다. 과연 일주일 중 4일만 일하는 게 가능할까.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평일 출퇴근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31분이었다. 주4일제 시행 시 매주 1시간 반을 아낄 수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당 근무 일수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주4일 근무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주4일제, 시간문제?
지금은 달력의 ‘파란 날’과 ‘빨간 날’에 쉬는 것이 ‘국룰’로 여겨지지만, 한국 사회에 주5일 근무제(주 5일제)가 정착된 건 20년도 되지 않는다. 1998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주48시간 근무제는 1989년 주 44시간으로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주5일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연구 자료를 내고 “노동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며 “근로조건 조정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로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 주5일제는 종교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보수적인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주5일제는 십계명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001년 8월 어느 일간지 오피니언 면에는 한 대형 교회 담임 목사가 “한국 교회가 치러야 할 또 한 번의 영적 전쟁”이라며 ‘주5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기고하기도 했다. 

진통 끝에 2003년 8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2004년 7월 주5일제가 시행됐다. 2021년 현재 대다수 기업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 일부 주장처럼 나라가 망하는 극단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노동 집약적 업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주5일제가 ‘그림의 떡’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기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4일제를 시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 면세점, 호텔업계가 그랬다.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과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도 일시적으로 주4일제를 시행했다. 

정치권에서 주4일제를 주창한 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다. 조 의원은 영국 켄트대와 함께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 27일까지 매주 ‘주4일제 톺아보기’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논의

정치권에서도 주4일 근무제와 관련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조정훈 의원]

웨비나 연사로 선 안연주 우아한형제들 피플팀 실장은 “우아한형제들의 모든 직원은 자신만의 시간과 실질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월요일 오전을 휴무시간으로 가진다”며 “주4.5일 근무제는 하루아침에 도입된 게 아니라, 조직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 인사관리협회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기업 중 27%가 주4일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가 주4일제를 시행했더니 생산성이 40% 증가했다는 사례는 주4일제 도입에 힘을 실어준다. 

웨비나를 주관한 조 의원은 “2004년 주5일제를 시행하면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주장하던 분들의 우려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주5일제는 국민 삶의 질뿐 아니라 기업 생산성도 높였다. 이제는 기업들이 필요성을 느껴 주4일제를 도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대경 |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주4일제 도입은 시간문제…머리가 누리는 혜택 꼬리도 누려야”

[동아DB]

국회의원 임기 개시 전, 한 달 동안 심야 대리운전기사로 일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사진). 그가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주4일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반응은 뜨겁다. 특히 육아노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맘 카페’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한 댓글이 수천 건씩 올라왔다. ‘경단녀’가 되지 않고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1월 26일 조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튿날 있을 주4일제 웨비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 의원은 “일련의 토론회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가오는 대선이나 재보궐선거에서도 주4일제와 관련한 일자리, 노동 정책이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2004년 주6일제에서 주5일제가 될 때만 해도 ‘나라가 망할 거다’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 보면 다시 주6일제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나오는 찬반 목소리는 변화로 가기까지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의원은 “주4일제가 시행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동자가 아니면 혜택을 볼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라며 “기업이 노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을 들면서 “1시간 휴식보다 소득 1만 원이 더 필요한 플랫폼 노동자의 사정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와 같은 시간제 고용보험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고용보험 제도는 산업화 시대 정규직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에 맞지 않는 옷인 셈이죠.” 

그가 속한 정당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제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조 의원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을 내는 정당이 되고 싶다”며 “기본소득법도 일종의 정책 실험이다. 주4일제도 실험해보고 좋으면 지속적으로 권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하는 이들을 칭찬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주4일제를 잘 시행하는 기업을 부각하고 긍정적 노사 경험을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죠. 중요한 건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머리만 아니라 꼬리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적극적인 복지 정책과 육아 정책이 병행돼야 새로운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주4일제 도입은 시간문제입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5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