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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기다려달라” 과연 이번에는?…시장 “25번째라고 다를까”

입력 | 2021-02-07 07:31:00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2021.2.5/뉴스1 © News1


정부가 ‘역대급’ 물량의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매수세가 한풀 꺾일지 관심이 쏠린다. 대책 발표 직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지금 당장 집을 살 필요 없다고까지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전에도 정부가 굵직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다려달라고 했으나, 그 결과는 매번 빗나갔기 때문이다. 집값은 오히려 폭등해 시장에 ‘대책 발표=집값 상승’이라는 인식이 깊숙이 깔려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8.2를 기록, 1주 전보다 0.1포인트(p) 올랐다. 최고치를 한 주 만에 다시 경신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1주 전보다 0.1p 상승한 114.9를 기록했다. 서울은 110.6으로 0.3p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수급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는 의미다. 기준 이하는 반대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민간이 집계하는 KB부동산의 수급지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상승폭은 KB부동산 통계가 더 컸다. 전국 112.4(0.5p), 수도권 117.5(0.7p), 서울 119.6(0.5p) 등으로 모두 1주 전보다 상승했다.

지난 4일 공급 대책 발표가 예고됐지만, 공공과 민간 통계 모두 매수세는 진정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역대급 수준의 2·4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83만여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 32만3000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61만6000가구와 지방 22만가구를 합한 물량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까지 더하면 190만가구에 가까운 물량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200만가구 공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역대급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책의 성공여부는 ‘패닉바잉’(공황 구매) 등으로 불리는 매수세가 진정될 수 있느지다. 내 집 마련에 불안감을 느낀 30~40대 수요층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은 계속 상승세다.

정부는 수도권의 충분한 공급이 기다리고 있으니 주택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2·4 대책 발표 이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주거복지로드맵이나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공급하는 물량 127만 호까지 합하면 (공급 예정인 물량이) 200만 호가 넘는다”면서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하기보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구입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대책의 결과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상당수 공급량이 추정치에 불과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4 공급대책은 ‘상상임신’과 같다는 조롱까지 쏟아지는 모습이다.

시장의 이 같은 반응은 학습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굵직한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기다려 달라’, ‘영끌 안타깝다’ 등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당시 5억7000여만원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1월 현재 8억9700만여원으로 약 57% 올랐다. 전국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2억8400만여원에서 4억여원으로 4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24전 24패인데, 25번째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 기저에 이번 대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다르지 않다.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 주도의 공급 물량이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집값 상승세와 전셋값 급등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