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취임 인사차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회동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처음이다. 2021.2.1/뉴스1 © News1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7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면서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청와대 윗선을 향하고 있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여권의 턱밑까지 왔다는 것이 당청의 위기의식이다.
이성윤 지검장 교체 요구를 거부당한 윤 총장이 이 지검장 지휘 아래 공전 중인 각종 여권 인사 연루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하고 이 지검장이 반발할 경우 박 장관과 윤 총장의 정면충돌로 번질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이 서울중앙지검 관할이다.
“이성윤 지검장을 쫒아내면 검찰개혁이 후퇴한다”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예고처럼 서울중앙지검은 여권의 강력히 지지 속에 이성윤 지검장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갈등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와 관련해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충돌하지 않겠느냐. 지난 1년과 달라진 게 없다”며 “심재철 검찰국장을 중요사건이 많은 남부지검장으로 보낸 것도 그렇고, 박범계 장관의 인사 기조도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의 똑같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이 내부반발을 일축하고 ‘친여 친위대’ 기조를 고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이 지검장은 지난 한 해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개고 정권 코드에 맞는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검찰 빅4’ 중 3개 보직을 차례로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에 연이어 발탁됐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옵티머스 사건과 함께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중단 사태’와 여의도 정치인 관련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추미애 전 장관의 최측근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되며 사실상 영전했다.
약 2조2000억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로 여권의 대형 게이트로 번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수사에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윤 총장 징계 국면과 맞물리며 수사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심재철 검사장이 총괄하게 되면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尹총장 임기 끝나는 7월 이후 대규모 물갈이 인사할 듯
월성 1호기 사건은 윤 총장이 직무 복귀 후 가장 먼저 수사를 챙겼고, 원전 실무 책임자였던 문모 국장 등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힘을 받았다. 지난 4일 대전지검은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게 되면 검찰의 수사가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받고 있는 청와대까지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검사장급 인사 규모가 단 4명에 그치면서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임기 종료로 물러나는 7월 이후 대대적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이 물러나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 인사 역시 대대적으로 낼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여권이 비호하는 이성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플랜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