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은 어제 검사장급 이상을 상대로 취임 후 첫 인사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대검의 이종근 형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도 유임됐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과 자리를 바꿨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라인 검사장들이다. ‘추미애 시즌2’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윤 총장과의 협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검찰 인사로 논란이 일었다. 박 장관은 ‘윤석열 총장 패싱’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인사제청 전에 윤 총장을 두 번 만났다. 인사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협의 장면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박 장관은 전례 없이 만나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윤 총장을 보여주기용으로 만났을 뿐 실질적 협의를 하지 않았음이 이번 인사로 확인됐다. 대검에는 ‘속았다’는 기류까지 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34조는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검찰 인사에 반영해온 관례를 명문화한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각별히 중시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검찰 인사는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들어서 해야 하고, 장관은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를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추 전 장관은 이런 절차와 관행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태를 빚었다. 박 장관이 그 전철의 첫 단계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