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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의용 발언에 “北 위협” 강조한 美… 잦은 이견에 불안한 동맹

입력 | 2021-02-08 00:00:00


미국 국무부가 5일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과 관련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국무부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해 동맹 및 동반자 국가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재차 언급한 것은 통상의 일반적인 대북 경고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세 차례 회담했던 김정은이 여전히 핵 포기보다는 핵 무력 증강과 그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도 보인다. 과거 실패한 협상을 점검하고 동맹들과 새 대북 접근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성과를 계승, 발전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강조한 것에도 일단 거리를 둔 것이다.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지만 결국 비핵화 최종 목표와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다시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꺼내며 ‘중재자 복귀’를 희망하는 듯하나 바이든 행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미가 ‘김정은 핵 포기 의지’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외교장관은 5일 첫 통화에서 홍콩 인권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모여 중국 견제 등을 논의하는 쿼드(Quad) 온라인 정상회담 추진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 문제 등 한미 간 외교 현안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안보를 위협하는 북핵마저 불협화음을 보인다면 결국 그 과정에서 득을 챙기는 것은 북한이나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북핵, 대중 정책에 긴밀한 보조를 맞추는 것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김정일 생일(16일)과 내달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한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