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줄 모르는 증시 공매도 논쟁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지난해 3월 공매도 과열 종목 시세를 살펴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관련 불법 행위가 무수히 발생했기 때문에 재개되면 그런 불법 행위가 다시 판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반면 증권업계와 학계는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은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재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대부분의 해외 증시에서 허용한 공매도 제도가 한국에서만 장기간 금지되면 국내 증시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매도 제도는 그 자체로는 가격 중립적이며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순기능은 △효율적인 가격 발견의 주요 경로로 작동하고 △이로 인해 거품(버블)을 일정 부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시장에 유동성을 늘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역기능은 △위기 상황에서 공포심을 증폭시켜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고 △무차입 공매도가 실행될 수 있으며 △시세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대부분의 금융 제도가 그러하듯 공매도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 따라서 폐지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역기능은 최소화하면서 순기능을 최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 역기능 최소화를 위한 해법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해법은 조금 더 복잡한데 적발과 처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걸러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세계 어떤 국가도 사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증시 역사가 긴 미국이나 유럽도 이런 시스템이 없다. 무차입 공매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도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후 규제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 증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후 규제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다.
사후 규제가 적절히 이뤄지려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강해야 한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 주기를 단축하고 발견 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6개월이던 적발 주기를 1개월로 변경하고 적발 기법도 정밀하게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적발됐을 경우 처벌 수위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매도와 관련된 불법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벌금도 부당이득의 3∼5배 수준으로 강화했다. 특히 과징금 부과 방식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기존에 부당이득 수준에 연동돼 부과하던 과징금을 주문금액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상향 조정했다. 통상 주문금액이 부당이득보다 8∼10배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과되는 과징금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공매도가 시세조종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해결하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시세조종 행위는 죄질이 나쁜 중죄이기 때문에 최고 무기징역과 주식매매 이익이나 손실회피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부과한다. 벌금형 수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현재의 처벌 수준이 낮다고 보긴 어렵다. 시세조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적발에 있다.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을 입증하기 위해선 뚜렷한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내부고발이 없다면 그런 증거를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 1%에 그치는 공매도 개인투자자 비중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랜 기간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99%로 압도적으로 높고 개인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23∼25%에 이르는 일본과 비교할 때도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다.
개인이 공매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목의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증권사의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 다양한 종목에 대해 대주(주식 대여) 물량을 확보하고,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주 물량 확보를 위해 여러 경로를 모색하고, 확보된 물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서비스하도록 신용공여한도 예외 적용과 같은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대칭적인 제도인 신용거래융자이다. 공매도 제도는 1969년 2월 국내에 도입됐다. 이때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신용거래융자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뚜렷한 이유가 있다. 공매도와 신용거래융자는 투자 방향성이 정반대라는 점을 제외하면 동일한 작동 구조를 갖는다.
이렇듯 두 제도는 대칭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국내 증시에 도입돼 그 명맥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신용거래융자와 공매도는 제도 설계와 활용 면에서 대칭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신용거래융자와 공매도 제도는 상호 보완적인 동시에 상호 견제적인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매도 전쟁에서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대방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불신하고 스스로의 주장만 옳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제는 강 대 강의 대치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의 수위를 높여 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격렬한 파열음을 시장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더 활발한 소통을 통해 오해에서 비롯된 소모적인 논쟁은 줄이고 문제에 대한 인식은 더 넓게 공유함으로써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쌓아가야 한다. 대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비용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장의 모든 참가자들이 감정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다.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일정 기간 뒤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빌려서 매도할 때보다 매수 시점의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