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였던 찰스 킬링은 1958년 하와이섬 최정상(해발 3397m)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대기오염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흔적을 추적하려는 연구로 지금도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1958년 약 310ppm이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금 410ppm을 넘겨 대기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판단하는 정량적인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몇 년 치 자료를 살펴보던 킬링 교수는 흥미로운 흐름을 발견했다. 매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9월경 최소치를 보이다가 농도가 다시 늘어 5월경 최대치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이 원인을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으로 설명했다. 즉 겨울이 지나 봄이 되고, 5월부터 햇빛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질을 만드는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이 활발해져 지속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진다. 반대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다시 유기물질이 분해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9월부터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서는 이런 연간 변화 패턴이 6개월 차이를 두고 관찰된다.
우리가 숲에 가면 맡을 수 있는 좋은 향기나 향수로 이용되는 꽃향기 등이 바로 이런 VOCs다. 무슨 이유로 식물들이 애써 만든 물질들을 대기 중에 배출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아직도 생물학자들 사이의 논쟁거리 중 하나다. 몇 가지 가설 중 하나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오존이나 산화제로부터 잎사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들, 우리가 숲에서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향기들이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만나면 미세먼지와 오존을 다량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1988년 조지아공대의 빌 슈미더스 교수는 서울처럼 숲에 둘러싸여 있는 미국 동남부 도시 애틀랜타의 오존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식물들이 내는 VOCs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연구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관측을 토대로 한 VOCs에 대한 모델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오존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도 VOCs의 기여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2016년 중국과 독일 연구진은 대기물리화학지에 대기오염과 나무들의 VOCs 배출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중국 도심에 있는 수종들을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나무들이 받는 스트레스로 반응성이 높은 VOCs 배출량이 늘어나 오존과 미세먼지의 생성량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들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 결과로 대기오염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 우리는 봄과 신록의 계절을 꿈꾸지만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트레스 걱정에 악몽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6·25전쟁 이후 우리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을 성공적으로 이어왔다. 울창한 우리 산림이 대기오염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나무들이 움츠러든 지금부터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