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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따뜻하고 공정한 커피[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7〉

입력 | 2021-02-08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21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한국은 트렌드에 매우 앞선 나라로 어디에서나 와이파이가 터지며, 놀라운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커피와 커피숍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서울은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보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이 더 많은 도시로 세계 어느 도시보다 스타벅스가 많은 곳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사는 골목 약 700m 거리에 카페가 15개나 있다. 커피의 맛 때문이기보다는 카페가 사교나 휴식, 작업의 공간으로도 많이 사용되면서 새로운 인테리어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카페로 몰리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최근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커피의 전성기는 19세기 파리다. 파리 몽파르나스 카페 ‘르 돔(le dome)’은 정치, 종교, 예술, 문학에 대해 토론하는 지식인들의 모임 장소였다. 폴 고갱,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디트 피아프,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레온 트로츠키까지…. 이곳은 커피 한 잔에 무료 신문을 읽고 하루 종일 수다를 떨 수 있는 장소였다.

오늘날 파리의 카페들은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커피 잔을 비우자마자 웨이터들은 더 앉아 있고 싶다면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는 눈치를 보낸다. 2년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유명 카페를 갔을 때 주문한 커피와 쿠키 가격 외에 별도의 자릿값과 요청하지도 않은 음악 연주비용, 그리고 팁까지 포함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현지인들은 주로 서서 마시고, 착석하면 서서 마시는 가격의 2배 정도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서 깊은 카페가 그 정도로 바가지를 씌울 줄 상상을 못했기에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커피나무의 원산지는 동아프리카이다. 커피의 어원은 와인을 뜻하는 아랍어다. 클레멘스 교황은 “이 사탄의 음료가 왜 이렇게 맛있는지,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례로 사탄을 속여 진정한 기독교 음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브라질은 세계 커피 소비량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생산국이며 베트남, 콜롬비아 순으로 커피를 생산한다.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자랑하고, 로부스타 원두는 에스프레소에 널리 사용되며 더 강하고 쓴맛을 지닌다. 에스프레소에 더 좋은 황금색 거품 ‘크레마’를 만들어 내며 더 많은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브라질은 1720년경 커피 재배를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노예 490만 명을 데려왔다. 포르투갈 농장주들은 소모품처럼 취급한 노예가 과로사하면 새 노예를 수입했다. 이들은 평균 8년을 일하고 20대 중반에 대부분 숨졌다. 노예 노동자는 더 이상 없지만 생산 구조는 오늘날도 비슷한 수준이다. 농장 근교의 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그들의 후손이다. 우리가 마시는 라테 한 잔 가격보다 더 싸게 취급되는 노동력이지만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6세 정도부터 일을 시작한다. 가능하면 친환경농업을 지원하고 아동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공정무역 로고’를 찾아 마신다면 생산구조도 개선하고 더욱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