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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ing]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AI 자율주행,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습니다”

입력 | 2021-02-08 13:40:00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데이터를 활용하는 최신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 및 융합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등 가정과 사회 전반에 필요한 제품과 기술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만큼 우리는 더 쉽고 편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거나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기기가 알아서 사용자의 상태를 인식해 그에 맞는 서비스나 기능을 제공하는 식이다. 자동화 혹은 단순화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화에 대한 열망은 이동수단에서 더 크게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가 '자율주행차'다. 대도심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단이자, 사람이 이동수단 안에서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확장하는 공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조금씩 개선되며 상용화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카메라 기반 영상 데이터를 가공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이하 ADAS)과 자율주행차에 활용되는 사물 인식 솔루션을 개발, 납품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의 김준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와 이선영 COO, 제홍모 CTO(왼쪽부터), 출처: 스트라드비젼


자율주행,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한다?

IT동아: 스트라드비젼 소개를 부탁한다.

김준환 대표(이하 김 대표): 스트라드비젼은 ADAS 및 자율주행용 딥러닝 기반 카메라 인식 소프트웨어 ‘SVNet’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14년 인텔코리아 출신 개발자 주축으로 설립해 현재 약 1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해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립, 운영 중이다.

스트라드비젼의 목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자동차에 도입하는 것이다.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시장에 저렴하게 제공해 일반 대중들도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일상 생활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출처: 유튜브채널 EO의 스트라드비젼 인터뷰 중 한 장면


IT동아: ‘스트라드비젼’이라는 회사명이 눈에 띄는데.

김 대표: 유명한 명품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현재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의 주요 키워드인 ‘비젼’의 합성어다. 사명을 놓고 고민하던 시기, 음악계에 종사하는 아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웃음).

명품 현악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끝없고 지루한 튜닝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비젼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고된 튜닝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완성할 수 있다.

IT동아: 요즘 정말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자, 차세대 기술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자율주행’이다. 쉽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김 대표: 자동차가 혼자서 자동으로, 알아서 운행하는 것이다(웃음). 스트라드비젼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우리가 개발한 ‘SVNet’은 차량에 탑재한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해 주변 차량, 보행자, 차선, 신호등과 같은 것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다. 쉽게 말해, 사람이 보는 눈과 같다.

‘SVNet’의 장점은 최소한의 연산과 전력 소비만으로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기능을 구현한다. 초경량, 고효율 솔루션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ADAS 및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고가의 칩셋이 필요한데, SVNet은 저가 칩셋에서도 AI 기반의 탁월한 객체 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고객사(자동차 제조사)사 원하는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와 칩셋 등에 호환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현재 14개 이상의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으며, 30개 이상의 기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고객사 요청에 따른 커스터마이즈도 제공한다.

차량 카메라를 통해 차선, 도로 위 차량, 신호등, 교통신호 등을 파악하는 모습, 출처: 스트라드비젼 홈페이지


IT동아: 뭔가… 말로만 들으면 쉽고 간단한 기술 같다.

김 대표: 하하. 아니다. 사실 자율주행이라는 간단한 말로 모든 것을 담기에는 벅찬 기술이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 신논현에서 삼성동 방면으로 자동차를 운행한다고. 먼저 대략적인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운행 계획 수립이다. 그리고 계획에 맞게 길을 찾아야(측정해야) 하고, 가는 길 위에 있는 주위 환경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차량이나 보행자뿐만 아니라 신호등 정보, 차선 등도 포함하는 정보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거나, 안개가 끼는 등의 날씨 정보도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부딪히지 않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한 뒤, 제어해야 한다.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운전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ICCV 2019에 참가한 스트라드비젼 부스 모습, 출처: 스트라드비젼


IT동아: …맞다.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 그게 자율주행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 파악이다.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는 도로 위 주변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도로 위에 있는 물체가 자동차뿐일까. 아니다. 화물차가 물건을 싣고 가다가 떨어뜨리면 어쩌나. 즉, 온갖 물건이 떨어질 수 있는 곳이 도로 위다. 정확하게 물체를 파악해야, 해당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정확도는 99%다. 진정한 자율주행을 가능케하려면, 최소한 숙련된 운전자처럼 주변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AI가 필요하다. 단순히 입력해 놓은 수만 가지 정보를 매칭해서 순간을 파악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습득해 AI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스트라드비젼

IT동아: 국내 스타트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바라본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표: 설립 초기 자동차 산업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형 자동차 제조사는 대부분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웃음).

우리가 개발하는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는 대단히 전문화된 영역이다. 스트라드비젼은 아직 스타트업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우리만큼 기술과 양산 경험을 갖춘 기업은 지금도 많지 않다. AI 기반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를 낮은 성능의 반도체에서 구현하는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토모티브월드 도쿄 2020 모습, 출처: 스트라드비젼


IT동아: 이런 도전적인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움은 없었는가?

김 대표: 자동차 업계는 다른 곳과 비교해 보수적인 편이다. 당연히 설립 초기 신생 업체로서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사가 기대하는 제품 품질 수준은 우리 예상보다 매우 높았다. 버그나 오류 발생률 0%를 요구했다. 브레이크와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장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동작해야 하고 정합도가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우수 인력 확보와 연구 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사실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을 여기에 사용했다. 성과는 있었다. 스트라드비젼은 전세계 딥러닝 기술 기반 스타트업 중 최초로 유럽의 ‘ASPICE CL2’ 인증을 획득했으며, 중국의 GB(Gubiao), ISO9001, 26262, 27001과 같은 글로벌 표준도 획득했다.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라 자부한다.

안정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매년 고객사가 진행하는 수십, 수백 건의 실차 테스트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SVNet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발견할 때마다, 차량에 카메라를 장착해 실제 도로에 나가 관련 이미지 데이터를 새로 수집했다. 이렇게 확보한 추가 데이터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선, 다시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앞서 설명한 길고 고된 튜닝의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 스트라드비젼은 세계 최초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자동차용 소형 반도체에 구현한 기술 기업으로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부품, 반도체 제조사들과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터널 내 인식 모습, 출처: 스트라드비젼


IT동아: 스트라드비젼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어떠한가?

김 대표: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중국 장안자동차와 양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외 시장이었고 스트라드비젼의 첫번째 양산 사례였기 때문에 상징성이 컸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확인하고, ‘SVNet’을 탑재한 자동차가 실제 중국의 거리를 달린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 좋은 기회였다.

‘SVNet’을 주력 제품으로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수출로 달성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수주 880만 대를 기록 중이다.

고객사마다 원하는 바가 다른데, 각각의 요구사항에 하나씩 대응하는 전략을 취했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그리고 해당 자동차 제조사가 생산하는 자동차 모델마다 원하는 기능은 제각각이다. D사, B사 같은 경우에는 자사만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이다. 도로 옆 속도제한 표지판에 ‘70’이라고 쓰여 있으면, ‘70’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밑에 적혀있는 글자까지 파악해야 한다. ‘자전거 진입금지’나 ‘출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는 속도제한이 더 낮을 수도 있다’는 경고 문구 같은 것 말이다(웃음).

아직 정확한 고객사 정보를 밝힐 수 없지만, 올해 상반기네 독일 자동차 제조사와 양산 계약 맺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 성사는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성적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웃음).

현재 140여 직원이 함께하고 있는 스트라드비젼, 출처: 스트라드비젼 2019 동계 워크샵


누적 투자 유치 482억 원, R&D 개발에 집중합니다

IT동아: 국내외 투자 유치 성과는 어떠한가?

김 대표: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 금액은 482억 원이다. 초기(시드) 단계에서 현대자동차가 투자와 함께 사업 협력 등 많은 기회를 줬다. 이후 시리즈A 단계까지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우리의 기술력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이 총 160억 원을 투자했다.

시리즈B 단계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VC 투자도 유치했다. 단순히 기술력만 체크하지 않더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평가를 받았다. 시리즈B 투자자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1차 협력사인 일본의 아이신 세이키 그룹도 있고, 글로벌 벤처캐피털 페가수스 테크벤처스를 통해 2020년 5월 유치에 성공했다. 시리즈B 투자 규모는 총 322억 원으로, 당시 기업 가치는 1,700억 원 가량으로 평가 받았다.

현재는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으로, 올해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다. 300억 원 이상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스트라드비젼과 페가수스 체크벤처스 로고, 출처: 스트라드비젼


IT동아: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자동차 업계와 스트라드비젼에게도 힘든 한해였을 것이라 본다. 지난해 사업 계획이나 매출에 차질은 없었는가?

김 대표: 우리 뿐이었을까. 아마도 2020년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라드비젼의 2019년 매출은 57억 원이었다. 자연스럽게 2020년은 매출은 2배 이상 성장을 목표했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고객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지연해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2019년과 비슷한 수준(54억 원)의 매출은 거뒀다.

긍정적인 것은 고객사들과 2022년, 혹은 그 이후 출시할 자동차 모델에 대한 개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소의 일정 지연일 뿐,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IT동아: 스트라드비젼이 2021년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 대표: 스트라드비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VNet’ 기능을 보다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는 전방카메라와 연동한 객체 인식 기능 상용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더 높은 화소, 더 많은 수의 카메라와 연동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최근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SVM)’ 기능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SVM’은 차량 측면에 장착한 복수의 카메라로 수집하는 광각 영상을 조합해 차량 주변 360도 전 방향의 객체와 상황 등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차량에 인접한 다양한 물체 감지, 물체와의 거리 예측, 주행 가능 공간, 주차 가능 공간을 감지하는 딥러닝 기술 기반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동 주차 지원, 자동 발레 파킹 등 높은 수준의 ADAS 및 자율 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딥러닝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 기술, 데이터 관리 기술, 딥러닝 성능 향상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해외 고객사에게 좀 더 밀접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강화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우선은 설립과 임직원 파견을 중점적으로 진행했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현지 채용을 통해서 해외 고객사의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IT동아: 최근 IPO에 대한 루머가 있었다. 시기와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김 대표: 상장은 회사의 실적과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등 외부적인 변수로 인해 상장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양해를 부탁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