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헬리콥터보다 작은 2인승 비행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여의도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밤섬, 마포대교 등 한강 위 1.8㎞ 두 바퀴를 약 7분 동안 비행하고는 땅으로 내려왔다. 비록 사람이 직접 타는 대신 20㎏짜리 쌀가마니 4개를 실었지만 SF 영화에서 보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현실에서 이용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시가 최근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을 통한 모빌리티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선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계에는 테스트 베드를 제공함으로써 지상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심 하늘길을 여는 역할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8일 한국항공대와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의 핵심 내용은 인재 양성이다. 유재명 시 교통정책과장은 “드론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조종·운용하는 인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드론을 연구·개발하는 역량을 갖춰 모빌리티 혁명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이 이른 편은 아니다. 이미 100여 개 국가 및 도시에서 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도심 개발과 높은 인구밀도로 많은 도시들이 교통체증이라물, 다른 비행체와 충돌하지 않으려면 UAM 기체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곳과 많은 양의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점에서 서울이 테스트 베드로서의 강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용량의 정보를 빠는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UAM이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UAM 기체를 2025년 상용화한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다.
업체들도 발 빠르게 뛰고 있다. 미국의 보잉이나 우버, 일본의 도요타를 비롯해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도 UAM 기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나 ‘토탈리콜’, ‘제5원소’ 등 과거 인기 SF 영화에서처럼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실제 볼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상용화되는 UAM 기체는 자율주행차량과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정해진 경로로 자율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고층빌딩이나 구조르게 전달할 수 있는 5세대(5G) 통신 인프라가 이미 서울시내 전체에 촘촘하게 깔려있다”며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