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아웃의 경계선에 놓인 배구공. 여자 배구가 진짜 황금기를 열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동아일보DB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요새 여자 프로배구 앞에는 ‘황금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시청률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20∼2021시즌 여자부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1.17%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1.07%)보다 0.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는 역대 정규리그 최다인 2.22%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시청률을 뛰어넘는 경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 인기 스타가 쏟아지고 있고 팀, 선수 간 라이벌 구도 등 스토리라인도 풍성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새까맣게 곪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해당 선수가 플레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의 목소리로 힘겨워했다는 건 배구계에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악성 메시지로 힘들어하는 선수도 너무나 많다. 지난해 여름 한 여자 선수를 떠나보낸 바 있다. 팬덤이라는 이름 아래 삐뚤어진 팬심으로 응원 대상인 선수를 오히려 곤란에 빠뜨리는 일도 많다.
프로가 황금기를 맞았다고는 하나 그 텃밭은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봄 경기 안산 원곡고 배구부가 해체됐다. 현재 여고 배구부는 17개만 남았다.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실시한 여자프로 신인 드래프트는 역대 최저 지명률인 33.33%를 기록했다. 선수 육성은 물론이고 관리까지 여자 배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짜 황금기를 열기 위해선 하루빨리 건강한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