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분산식 ‘이음’ 본격 상업운행… 우수한 가감속 성능… 제로백 45초 소비 전력량 20%↓ 수송 25%↑… 시속 320km 모델은 기존 KTX 대체
지난달 5일 중앙선(청량리∼안동)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한 국내 최초 동력분산식(EMU·Electric Multiple Unit) 고속열차 ‘KTX-이음’이다. 현대로템 등이 100%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KTX-이음의 시운전과 제작 현장을 살펴봤다.
KTX-이음은 승객이 원하는대로 좌석 방향을 돌려 앉을 수 있다.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KTX-이음에 설치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모든 좌석에 갖춰져있다.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기자가 KTX-이음의 운전실에 착석한 모습. 현직 기관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간편하게 열차를 운전하도록 설계됐다.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KTX-이음의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한 김성태 현대로템 책임매니저는 “KTX-이음은 KTX-산천보다 25% 승객 수송을 늘릴 수 있고, 승객 1명당 소비전력량을 20%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열차”라고 소개했다. 별도의 동력차가 필요 없으니 철도 승강장 규모 또한 동력집중식 열차보다 작게 만들어 철도사업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열차 내부는 17년간 KTX 상업 운행 노하우를 적용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여객기처럼 좌석마다 별도의 창문과 차양막(블라인드)을 갖췄고,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220V 콘센트도 설치했다. 레그룸(다리 공간)은 앉아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다.
KTX-이음의 일반석 모습. 바깥 날씨에 따라 스스로 차내 조명이 조절된다.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미 2010년 KTX-산천을 상용화하며 시속 250km 이상의 고속열차 보유국이 된 한국이 KTX-이음 개발에 나선 건 EMU 방식이 세계 고속열차의 75%를 차지하는 등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고속철도 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EMU 고속열차의 국내 상업 운행 경험을 쌓아야 일본(신칸센), 중국(CRH) 등 앞서 EMU 고속열차를 상용화한 국가와 경쟁할 수 있다.
KTX-이음은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에서 제작된다. 철도차량은 주문자마다 원하는 방식이 다 달라 사양도 천차만별이다. 창원공장에는 코레일 납품을 앞둔 시속 320km EMU 고속열차도 한창 제작 중이었다. KTX-이음과 같은 규격으로 개발된 8량 열차다. 내구연한 30년을 앞둔 KTX를 대체하고, 신규 고속철도 운행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제작 중인 KTX-이음 승객칸.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KTX-이음의 출고 전 시험 모습.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시속 320km급으로 제작 중인 KTX-이음(EMU-320).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현대로템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해외 광역철도 차량도 EMU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관련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염규철 현대로템 품질사업부장(상무)은 “과거 프랑스 알스톰에서 고속열차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웠던 한국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EMU 고속열차 독자기술 보유국이 됐다”며 “친환경과 경제성을 앞세워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