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화생명 신사업부문 마케터
학부 시절 과외 경험이 떠올랐다. 재수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낯선 단어가 나왔다. 나는 당황해하며 화장실 찬스를 썼다. 휴대전화로 잽싸게 검색하고 돌아와 수업을 이어 나갔다. 이후 예습은 기본이 됐다. 당시의 나는 확실히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런 척 애쓰다 보니 그럴싸한 영어 선생님이 되어갔고 그 친구도 퍽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게 됐다.
자기 확신에 서툴지만 대학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밤새 준비한 끝에 최선을 다해 전문가인 척 확신의 말을 열거하다 보면, 목표하는 모습에 일정 부분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원하는 상(像)을 그리고 그것을 이룬 것처럼 행동하다 보면, 비로소 부족한 점이 보이고 그것을 채워 나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완벽한 영어 선생님인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모르는 단어를 몰래 공부해 채워 나간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노력이 쌓이면, 그 어느 날 자기 확신이 완성될까. 어쩌면 어른의 개념만큼이나 추상적인 게 전문가는 아닐까.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만큼이나 끊임없는 의심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척’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더 많은 확신의 말을 해보기로 한다. 부족한 경력, 부족한 실력이지만 더 많은 시험 혹은 기회 앞에 스스로를 세워 보고, “…인 것 같아요” 대신 “…입니다”를 쓰며 내뱉은 말로부터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무엇보다 타인의 용기를 자만으로 폄하하지 않기로 한다. 부족하게나마 ‘척’하며 보완해 나가는 이들만이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
김지영 한화생명 신사업부문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