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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전환” 권오갑, 선박 자율운항-스마트 건설기계 큰 걸음

입력 | 2021-02-09 03:00:00

[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
<10>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우리 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대비하는 최첨단 조선, 에너지 그룹으로의 변신하는 겁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지난해 1월 이런 신년사를 내놨다.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디지털’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사업들을 꾸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어떻게 디지털 대전환을 펼쳐갈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대전환은 그룹 계열사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 조선에서 건설기계까지 ‘디지털’ 선점

디지털 대전환은 2014년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이끌어 온 권 회장이 내건 두 번째 승부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주력 사업·자산 매각,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게 첫 단추였다면 2019년 11월 회장 취임과 함께 내건 디지털 대전환은 그룹의 미래를 위한 토대 마련이다. ‘배 만드는 회사’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보폭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조선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AIST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인공지능(AI)이 선박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주변 해상을 자동으로 인식하며 자율운항에 나서는 구조다. 악천후에도 안전 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조선업계 미래 핵심 기술이다. 자율운항 기술에 대해 “조선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인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자율운항선박 자회사 ‘아비커스’ 설립을 이끌었다.

이달 초 8500억 원을 투입하며 마무리 지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세계 5대 건설기계 기업’ 진입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 디지털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시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AI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스마트 건설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100억 달러였던 세계 건설기계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2%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이번 인수를 결심하는 데 있어 두산인프라코어 연구개발(R&D) 및 디지털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측량을 자동화하고 5G로 건설 현장을 통합 관제하는 등 첨단 기술을 발판으로 디지털 건설기계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기선 실장은 외부와 ‘디지털 협력’ 주도

“디지털 경영에 대해 자신보다 20세 이상 많은 선배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각자 의견을 자신감 있게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T가 주도해 올해 2월 출범한 산업 협의체 ‘AI원팀’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 내부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하는 동안 정 부사장은 외부와의 디지털 협력을 직접 챙기고 있다. AI원팀은 출범 1년도 채 안 돼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등 재계 여러 기업이 AI를 통한 경영혁신 경험을 공유하는 장(場)으로 성장했다.

정 부사장은 AI원팀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현대중공업으로 끌어오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해 6월 KT와 사업 협력을 성사시키며 KT의 현대로보틱스 500억 원 투자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K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대될 서비스 로봇 산업에 도전할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KT와의 로봇물류시스템 사업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나가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을 매개로 한 적극적인 추가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말 그룹 내에 발족된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각 계열사 소속 20, 30대 직원들과 바이오 및 수소, AI 등의 미래 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주력인 조선뿐 아니라 건설기계, 로봇 등에서 5G, AI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그룹 내외부에서 활발한 디지털 전환 노력에 힘입어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은 물론 새 사업 성장 또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