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를 다시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콘텐츠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콘퍼런스에 갔다가 거기서 오랜만에 A를 다시 만났다. 요즘은 방송작가 안 하고 콘텐츠 제작사를 차렸다고 했더니, “잘하셨어요, 형. 요즘은 디지털이 대세죠. 앞서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미래를 선점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내가 A에게 궁금한 건 결혼은 했는지, 요즘 취미 생활은 뭔지, 요즘도 글 쓰는지, 이런 일상에 관한 일이었다.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대학시절부터 20년 넘게 알고 지낸, 그야말로 우정을 나눈 관계였기에 그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했는데 A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 타령이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과 미래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
그날 A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를 맺고 난 후에야 그의 일상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뉴스를 공유하는 게 전부였다. A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면 서둘러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틱톡이 대세라고 하면 누구보다 먼저 틱톡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요’를 누르면 바로 전화가 와서 “형! 유튜브 해야 돼. 이제는 유튜브가 미래야!” 그렇게 또 미래 타령을 시작했다.
새해가 되면 각종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잘 팔린다. 다들 미래가 알고 싶겠지만 그 책을 읽어보면 모두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들뿐이다. 과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했겠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를 좇느라 ‘오늘’을 놓치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에 별만 좇는 사람은 발아래 들꽃은 못 보는 법이니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