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발라-아야스 예술감독과 함께 본 코로나 속 광주비엔날레 전시 현장
존 제라드의 ‘콘 워크’(큰 사진)는 작가의 고국인 아일랜드 서부 항구도시 골웨이의 제분산업을 상징하는 민속밀짚인형 무용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작품이다. 광택 표면 처리한 알루미늄 거울로 만든 대형 정육면체 구조물 측면에 투사한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감염병 예방 수칙을 엄수하겠다. 처음 정했던 기간만큼 넉넉히 관람객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6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실에서 만난 나타샤 진발라 예술감독(36·인도)은 추위에 부르튼 손을 모래손난로로 녹이며 그렇게 말했다. 지난달 입국해 자가 격리를 끝내고 광주로 온 그는 주말을 반납한 작가, 큐레이터들과 함께 작품 설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나타샤 진발라(왼쪽)와 데프네 아야스. 광주비엔날레 제공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라는 주제를 내건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종전 2월 26일에서 4월 1일로 미뤄졌다. 지난해 9월에 5개월 뒤로 연기됐던 행사가 다시 미뤄진 것. 주최 측은 1일 추가 연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행사 기간도 87일에서 39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진발라 감독과 함께 둘러본 각 전시실에는 포르투갈 건축가 디오구 파사리뉴의 아이디어로 중복과 정체 요인을 최소화한 동선(動線)에 따라 작품 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공간 기획에 건축가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전시실에 대형 설치작품 ‘라이징 투게더 2’를 선보인 핀란드 작가 오우티 피에스키는 자신의 뿌리인 원주민 사미족의 숄과 머리쓰개 등 전통의상을 연구해 복원하고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두 감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회당 입장객 수를 200명으로 제한하고 체온 및 방문기록을 확인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고 공간 개방성이 좋은 광주비엔날레가 어째서 전시 기간을 줄여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실 면적은 7811m².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 면적 1만70m²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하 전시실이 없어 환기 관리에는 더 유리하다.
행사 기간 축소가 결정되기 전에 운영 실무진과의 논의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행사인 디자인비엔날레가 9월부터이므로 준비 기간 중복이 우려된다는 설명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비엔날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과 생활상을 통해 지난한 억압과 저항의 역사를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아야스 감독은 “상황 변화에 따라 온라인 전시로 전환하더라도 행사 기간은 원래대로 지켜지길 원한다. 위기 속에서 예술이 언제나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