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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의심’ 靑인사수석 앞서 막힌 수사, 우여곡절 끝에…

입력 | 2021-02-09 21:44:00

담당검사, 1심 유죄 판결 나오자
“그간 고생한 생각에 눈물 쏟을뻔”




“그동안 고생한 생각에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한 한 검사는 옛 서울동부지검의 수사팀 검사들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주변에 “수사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회 환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도 했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9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비서관이라는 지위에 비쳐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의 불법 행위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된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를 하려고 했다.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청와대는 블랙리스트와 무관한 자료 100여건만 넘겼다. 검찰은 2019년 4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피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째로 기각됐다.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신 전 비서관도 청와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더 윗선에서 알았다는 물증 자체가 확보가 안 된 만큼 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는 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19년 3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기강해이가 문제 되었던 사정 등을 이유로 기각되면서 수사팀은 더 고립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연루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사례를 참고하려고 했지만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법리 검토를 깐깐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인 2019년 8월 서울동부지검 지휘라인인 한찬식 전 지검장과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부장검사 등이 사표를 냈고, 검사들은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검찰 안팎에선 “현 정권을 수사한 데 대한 신상필벌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와 남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검사들은 지휘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공소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너무 장황하고 산만하다. 이런 공소장은 처음”이라고 힐난했다. 지난해 2월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바뀌면서 재판 진행 양상이 달라졌고, 수사팀도 예상하지 못한 1심 판결 결과가 나왔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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