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웅산(1915∼1947)은 미얀마의 독립 영웅입니다. 그는 1947년에 암살됐지만, 통합된 연방국가를 꿈꾸며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펼쳤습니다. 마침내 미얀마는 1948년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민족 내부의 갈등으로 늘 정치적 불안에 시달려 왔습니다.
아웅산 수지 여사(76·사진)는 그런 아웅산 장군의 딸입니다. 그는 1988년 영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국민들의 추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와의 갈등으로 15년간 가택 연금된 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수지 고문은 2017년 위기에 처합니다. 군부가 주도한 로힝야족 소탕 작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유엔이 이 사건을 종족 학살로 규정하면서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통하던 그녀의 이미지도 훼손됐습니다.
이달 1일 미얀마에서는 또다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1962년, 1988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 결과를 거부하며 쿠데타를 주도했습니다. 수지 고문을 비롯한 문민정부 주요 인사들은 가택 구금된 상태입니다.
수지 고문은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자택에서 발견된 워키토키 라디오가 불법 수입 통신기기라는 겁니다. 15일까지 구금된다지만 연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지 고문에게 반역죄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반역죄 형량은 징역 20년부터 최고 사형까지입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쿠테타에 대해 거센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8일에는 최대도시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 규모가 10만여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2007년 군정에 항의하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사프란 혁명’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의료진과 승려들도 가세했습니다. 이번 시위대의 모습에서는 빨간색 옷과 머리띠, 빨간색 깃발이 눈에 띱니다. 빨간색은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상징색입니다. 그들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독재 타도’, ‘아웅산 수지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저항의 상징으로서 영화 ‘헝거 게임’(2012년)에 등장한 표현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