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20년만에 ‘문학상 공모전’ 이어 15일 소설집 ‘월드컵 특공작전’ 출간
15일 출간 예정인 문윤성 작가(1916∼2000)의 소설집 ‘월드컵 특공작전’(아작·사진)에 실린 중편소설 ‘소련 공습’의 일부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KAL기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문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1984년 발표한 공상과학(SF) 소설 작품. 미소 갈등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겨 있다.
최근 한국 SF 소설의 선구자인 문 작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문 작가는 1965년 22세기를 배경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최초의 SF 장편소설 ‘완전사회’를 썼다. 아동 SF 소설을 주로 써온 한낙원 작가(1924∼2007)와 함께 한국 SF 소설의 시작을 알린 1세대 작가다. 알라딘 서점은 지난달 31일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전’을 마감하고 수상작을 심사 중이다. 아작 출판사는 15일 총 3권으로 구성된 ‘문윤성 걸작선 세트’를 내놓는다.
국내 SF의 원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문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문 작가 등 1960년대 1세대 작가들은 추리소설에 과학적인 소재를 녹여 한국 SF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1970, 80년대 군사 독재정권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참여문학 기류가 거세지면서 SF 작가들은 사라져 갔다. 2000년대 치밀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SF를 쓰는 배명훈 김보영 등 2세대 작가가 등장했지만,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20세기 초 발달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SF 소설의 계보를 쌓아온 서양 문학에 비해 한국 SF 소설은 비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김초엽 천선란 등 3세대 SF 작가가 과학적 소재에 페미니즘, 소외계층 등 현실의 이야기를 담으며 SF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 SF의 태동부터 알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작 관계자는 “범죄에 대한 의심만으로 고문을 가하고 정부가 시민들을 감시하는 일이 일상이던 시대에 대한 비판을 작품에 담은 문윤성 작가의 현실 감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