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실시한 법관 인사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사건이 집중돼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한 재판부에서는 2년, 총 기간은 3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 민감한 재판을 맡은 일부 법관이 근무기한을 넘겼는데도 유임되면서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판사가 특정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법률이나 규칙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무기한을 관례로 확립해 불문율로 삼고 있는 것은 순환 인사를 원활하게 하고,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재판의 독립성 보장과도 관련이 깊다. 법관이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른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담당 재판부는 모두 유임돼 재판장은 6년째, 배석 판사 2명은 각각 4년, 5년째 근무하게 됐다. 조 전 장관 사건 담당 재판장도 유임돼 4년째 근무하게 됐다. 반면 근무기한을 채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담당 재판부 3명은 원칙대로 전원 교체됐다. 서울고법 형사부의 재판장은 통상 2년이 근무기한이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