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 6법’ 추진 논란]전문가들이 보는 與 추진 ‘언론 6법’의 문제점
징벌적 손해배상제 “보도 마음에 안든다고 손배요구 남발할 우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언론과 포털을 포함시킨 법안이다. 이 내용은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토대다. 윤 의원은 개정안에서 고의성 있는 거짓이나 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법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인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보도할 경우 손해배상을 요구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정치인, 권력기관, 기업들이 추가 보도 등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는 데다 손해배상에 대한 부담으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 보도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때 언론이 피해를 입히기 위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고의로 보도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공인, 일반인 모두에게 해당한다. 이런 장치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건 비판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해 공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자연히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에 선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언론을 길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도 언론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언론의 자유를 얘기하다 집권 후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니 과도한 규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방통심의위-언론중재위의 현행 규제와 중복”
언론학계는 현행법에 근거해 임시조치는 물론이고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원 등을 통한 구제 제도도 이미 마련돼 있는데 중복된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제도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도 불필요한 입법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이 법안 역시 차단 청구권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 분야 시민단체인 ‘오픈넷’은 9일 성명을 내고 열람 차단권과 관련해 “공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해 열람 차단 청구를 남발할 수 있다”며 “보도 활동을 심대하게 저해,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뉴스 자체를 못 보도록 내리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의 뜻과 무관한 포털의 기사 차단이 남발될 우려를 제기했다.
악성댓글 게시판 중단 “학생 잘못했다고 교실 아예 없애버리는 격”
양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에 게시된 댓글로 인하여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은 경우”를 명시하며 게시판 운영 중단 등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댓글로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게시판 운영을 중단하게 한 것은 중복된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도 악성 댓글은 피해자의 요청 등에 따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미 댓글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만드는 것은 과잉 규제다. 꼭 필요하다면 언론사가 문제가 되는 댓글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면 된다. 잘못한 학생만 벌을 받으면 되는데 교실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댓글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게시판의 운영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정보도 대상이 된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보도의 2분의 1 분량으로 정정보도하라는 것은 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 교수는 “2개 면 기획으로 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할 경우 한 개 면에 전부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