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원칙 없는 인사’ 비판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청사 앞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왼쪽 사진).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도 사퇴 요구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10일엔 휴가를 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단행한 1, 2심 법원의 주요 재판부 인사를 두고 현직 부장판사는 9일 이렇게 평가했다. 일선 법관들은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특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판결 결과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법관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법관들 “인사농단” 불만 커져
수도권의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이라며 “이거야말로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거래’라는 용어에 가장 부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법원장급 고위 법관은 “특정한 재판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인사농단’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재판부 배치와 관련해 큰 의심이나 비난이 없었던 이유는 판사가 모두 독립돼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전제를 사람들이 수긍했기 때문인데 이번 법관 인사로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사도 논란
대법원에선 재판연구관으로 발령 난 법관들의 인사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수도권 법원으로 옮겼다가 이번 인사로 다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복귀했다. 2018년 외부 기관에 파견을 가려다 해당 기관이 더 이상 판사를 받지 않기로 해 무산된 B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재판연구관으로 발령 났다. B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에 근무할 당시 배석판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판사들이 대법원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법관들이 실명으로 김 대법원장을 향해 인사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판사는 “어떻게 이런 인사가 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사권자의 뜻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라며 “젊은 판사들은 함부로 문제제기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판사는 “실명으로 비판 글을 올렸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위은지 wizi@donga.com·박상준·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