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News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무력시위’ 보다 한국과 일본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더 우려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동맹 강화를 기치로 내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입’의 전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한 관여를 늦춤으로써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핵·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조율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인과 동맹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으로 재직할 시에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던 지난 2013년 12월 방한 중 연세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지고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확대한다면 더 안정적인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방한 일정에 앞서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동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 이후 얼어붙었던 한일관계가 박근혜 정부에도 이어지던 시기였다. 미국의 중재 노력에 2014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여 만에 한일 정상이 마주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3국 정상회의를 즉흥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사전에 미측으로부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요청이 있었고, 압박감을 느낀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재 바이든 행정부 외교라인 인사 대부분이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공직에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 차르’라 불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 내정된 커트 캠벨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또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도 역임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활약 한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며 “더군다나 바이든 행정부 핵심 외교정책 라인이 ‘아시아통’이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커트 캠벨이 동아태 차관보였을 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청한 선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공조 중시 입장이 한국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현재 우리 측의 ‘손짓’에 일본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서울=뉴스1)